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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알기 시리즈 5(진흙쿠키)

작성자
주도미니카공화국대사관
작성일
2010-05-11
2007년 11월 30일 AP통신의 기사 하나가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카리브해에 있는 한 국가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빚은 쿠키를 먹는다는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면 실없는 소리라고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세계적인 뉴스미디어가 전해온 소식에 전세계인은 실소 대신 고통스런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국내에서도 얼마전 모 방송이 이를 방영하여 세간의 관심을 끈적이 있다.

진흙쿠키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진흙쿠키를 빚는데 사용되는 황토는 중부고원지대인 Hinche에서 주로 가져온다. 황토를 잘게 부수어 입자가 큰 돌이나 찌꺼기는 걸러낸다. 황토에 물에 이긴 후에 소금(간혹 설탕을 사용하기도 한다)과 식물성 쇼트닝을 조금 첨가한다. 첨가물이 들어간 황토흙을 아래에 항아리를 받쳐두고 천을 뚜껑처럼 고정시켜놓고 비빈다. 그러면 입자가 고운 황토가 천을 통과해서 항아리에 쌓이게 된다. 쌓인 황토를 일정량 덜어내 판위에 얹고 숟가락이나 손가락으로 모양을 잡아 햇볕에 말리면 진흙쿠키가 완성된다.

진흙쿠키의 맛은 어떨까? 뉴스와 인터넷 영상을 보면 밝은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 맛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대로 맛있다고 하는데 지속적으로 많이 먹으면 복통이 온다고 한다. 취재기자가 먹어본 소감은 우선 쿠키 자체는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다고 한다. 입에 대는 순간 마른 진흙이어서 혀와 입안의 물기를 쿠키가 싹 빨아들인다고 한다. 그리고 유쾌하지 않은 맛이 입안에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진흙쿠키는 극빈층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식품을 사먹을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우 먹는데, 시티솔레이(Cite Soleil)와 같은 극빈층 사람들이 먹는다고 한다. 포르토프랭스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반 아이티인들에게 진흙쿠키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이티 정부관리나 지도층 인사들은 진흙쿠키와 관련한 외신보도 내용을 언급하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예전에 임산부들이 철분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습관의 산물이라고 답하면서 화제를 바꾸고자 한다. 여하간 100개의 가격이 약 5$(2009년 2월)정도라고 하니 어림잡아도 하나에 50원 정도 하는 셈이다. 옥수수, 콩, 밀 등과 같은 주요 식품에 비하면 상당히 싸서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쿠키 외에는 먹을거리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얼마 전에 국제원유가가 급등해서 전세계 경제에 큰 혼란과 어려움을 가져왔다. 원유가가 상승하면 이와 연관해서 비료가격, 관개시설 운용비, 운송비가 연달아 오르게 되어 결과적으로 식료품 가격 또한 영향을 받게 된다. 유가폭등에 더불어 허리케인이 불어와 홍수가 발생하고 흉작이 되면서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과일가격마저 폭등해 버렸다. 진흙쿠키의 재료가 되는 황토가격도 운송비 때문에 올라버렸다. 섬나라인 관계로 외국에서 식품을 수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많이 들어 가격이 더 올라가게 된다. 이래저래 악재가 겹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7년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서 상품의 가격이 40% 정도 올랐고, 국민의 80%가 하루 2달러로 생활하는 빈곤층의 분노가 폭발해 급기야 주민폭동으로 발전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진흙쿠키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어떤 학자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팔리기 때문에 치명적인 기생충과 독성물질이 진흙쿠키 안에 들어있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반면, 산모에게 필요한 칼슘과 제산제 성분이 들어있어 태아의 면역력을 일정부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학자들의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은 먹을거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실제로 이 쿠키를 사먹는 시민들도 다른 먹을거리가 있고, 음식을 사먹을 돈이 충분히 있다면 진흙으로 만든 쿠키는 먹고 싶지 않다고 증언한다. 스스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는다. 아이티의 빈곤은 인간이 흙을 먹는다는 것, 먹거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는 땅 자체를 먹는다는 것으로 극명하게 나타난다. 진흙쿠키에서는 눈물과 허기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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