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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유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나기브 마흐푸즈

작성자
주이집트대사관
작성일
2017-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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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의 문학과 지성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11년 전 이맘때쯤 별이 된 아랍문학의 거장, 여전히 이집트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나깁 마흐푸즈’(1911.12.11.-2006.8.30.)이다.

 

 

이집트의 발자크

 

 

   나깁 마흐푸즈는 反英의식이 팽배하던 1911년에 카이로의 한 공무원 가정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독서를 즐기며 자란 그는 카이로 대학 전신인 푸아드 1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 진학하여 ‘이슬람 철학에서의 미의 개념’주제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따로 문학수업을 받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독서량과 사색, 미학에 대한 안목이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7세 되던 1938년에 단편소설집 ‘광기의 속삭임’으로 등단하여, 70년 넘는 작가 생활동안 소설 33편, 단편집 13권, 희곡 수편과 시나리오 30편을 집필했다.

 

   나깁 마흐푸즈의 작품은 주로 카이로의 서민지역을 배경으로 공무원, 소상인들, 가난한 퇴직자, 좀도둑과 창녀, 농사꾼, 전통에 억눌린 여성 등 20세기 격동의 이집트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유년기부터 관찰해오던 카이로 뒷골목 서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루었고, 직접 경험한 희로애락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는 본고향 카이로의 뒷골목을 사랑했고, 투박하고 소박한 서민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집트의 전통시장 칸 엘 칼릴리에 가면 그가 즐겨 찾던 카페가 있다. 이제는 관광명소가 되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통에 사색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그의 사진과 작품을 보며 잠시 그를 추억할 수 있다.

 

 

세상이 주목하다

 

 

   데뷔 이래 다수의 작품이 불어, 스웨덴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긴 했지만 미주, 유럽권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던 나깁 마흐푸즈는 1988년 ‘게벨라위의 아이들’로 아랍권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이전에는 12개의 작품이 영어 번역만 완료된 채 출판은 차일피일 미뤄지던 처지였지만, 이제는 그의 대표작들이 영어권에서 속속 소개되기 시작한다.

 

   문학평론가들은 나깁 마흐푸즈의 카이로를 찰스 디킨스의 런던, 에밀 졸라의 파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세인트 페테르부르크에 비유했으나 겸손하고 수줍은 성품의 그는 자신을 4류, 5류 작가로 낮췄다.

 

 

나깁 마흐푸즈 문학의 의미

 

 

   나깁 마흐푸즈 등장 이전까지 아랍 문학은 시문학에서 번영을 이루었고, 아랍어 소설 분야는 영향력 있는 예술장르가 아니었다. 영어 번역가나 독자들에게는 아랍어만이 가지는 어려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대화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묘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소설가 Brad Kessler는 나깁 마흐푸즈의 화려한 정통 아랍어를 셰익스피어 문학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하였으며, 아랍소설 전문 영어번역가이자 1996년에 ‘게벨라위의 아이들’의 새 번역버전을 내놓은 Peter Theroux는 “그의 작품을 어떤 언어로 접하든, 독자들은 그의 마법에 사로잡힌다. 등장인물들이 품은 온기,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 유창한 화법과 묘사력은 현대아랍문학에서 나깁 마흐푸즈만이 가진 재능”이라고 번역소감을 전했다.

 

 

"두려움은 죽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삶을 먹는다"(나깁 마흐푸즈 어록 中)

 

 

   이집트와 아랍권에서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인지도가 높았던 그에게는 적이 많았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그의 작품 일부가 신성모독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간주했으며,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은 그가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을 지지한 것과 가말 압델 나세르에 대해 비판했던 것에 분개했다.

 

   많은 이집트 지성인들이 그랬듯이 나깁 마흐푸즈도 작품 일부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맹렬한 비난에 직면했으며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었다.

 

   실제로 1994년 10월 14일, 그는 괴한의 공격을 받아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었고 매일 하던 산책도, 카페에서 문인들과의 담소도, 가끔 기고문을 내기 위해 찾던 알-아흐람 신문사 방문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사건이 문화 테러리즘일 뿐이었다며 경찰의 신변보호 제안을 거부하였다.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이던 시절, 작가에게 오른손이 불구가 된다는 것은 절필을 의미했지만 그는 “작가라면 매일 무언가를 써야 한다. 내가 글을 쓸 욕구가 사라지는 날이 바로 내 인생 마지막 날일 것”이라면서 짤막하게나마 글 쓰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아랍 최고의 문호 잠들다

 

 

   나깁 마흐푸즈는 말년에 건강악화로 시력까지 잃은 뒤 아구자의 군 병원에서 요양하다가 2006년 8월 30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마흐푸즈 이후의 아랍권 작가들은 모두 그의 외투에서 나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그가 아랍문학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타계 11주기가 지난 지금도 새로운 번역으로, 새로운 제본으로 출판된 그의 작품을 시내 어느 서점에서나 구할 수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영광을 재현한 최고의 문호라는 찬사를 받은 나깁 마흐푸즈. 이 가을, 그와 함께 카이로 뒷골목을 한번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장을 넘기는 순간, 물 담배를 물고 한담을 나누는 노인들과 넉살좋은 아주머니가 인사를 건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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