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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결혼의례

작성자
주요르단대사관
작성일
2018-03-01

 

결혼 의례

의심할 바 없이 결혼은 모든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로 간주되며 이슬람 세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혼 의례는 각 문화권의 전통과 관습 또는 종교에 따라 행하여지는데 이슬람에서의 결혼은 도덕틀의 유지를 통한 사회의 결속과 가족의 연대를 강화하는 기능, 그리고 성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본능을 제도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슬람권의 혼례가 다른 문화권의 혼례와 확연히 구별되는 것으로는 신분과 직업에 상응하는 중매혼, 일부다처의 허용, 결혼지참금제도, 사촌 간 결혼, 남성 위주의 결혼생활 등이 있다.

이슬람 전통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적 문제라기보다 가족이나 혈연공동체 모두에게 관련되는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연애결혼은 거의 상상할 수 없다. 남자 18∼20세, 여자 16∼18세의 적령기에 도달하면 흔히 그 마을에서 가장 명망이 높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 중매쟁이가 되어 양가의 사회적 신분, 재산, 직업, 결혼 당사자의 교육 정도나 됨됨이를 고려해 신랑·신부의 혼담을 진행한다. 연애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아랍 전통사회에서 ‘카타바’(중매쟁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그 가계의 혈통이 예언자 무함마드와 관련이 있는지, 종교적 헌신도나 신앙의 정도, 노예 상태에서 해방된 후 몇세대가 지났는지, 재산, 가정의 도덕적 규율상태 등을 살핀다. 쉬아파와는 달리 순니파에서는 남자는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속한 가문의 여자와 결혼할 수 있으나, 여자의 경우에는 자신보다 비천한 가문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아기에 이미 양가 사이에 약혼을 하는 관례가 강하게 남아 있다. 또 아무런 인척관계가 없더라도 어릴 때 같은 유모의 젖을 공유한 남녀의 결혼은 관습적으로 금지하는 점이 서아시아 사회에서의 젖의 신성함과 관련하여 매우 특이한 점이다.

신랑감은 아버지가, 신부감은 어머니가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배우자의 최종 결정권은 아버지가 갖는다. 신부에게 아버지가 없는 경우에는 남자 형제가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한다. 여자는 부모가 선택해준 신랑 후보를 거절할 수 있으나,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권리는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혼 후보는 부모나 후견인과 함께 신랑·신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혼례일까지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 금지되는 근친의 범위는 어머니·딸·여자형제·배다른 누이·숙모·고모·이모·외숙모·조카·질녀·장모·의붓딸·아버지의 다른 부인들·며느리 등이며, 두 자매와의 동시 결혼, 같은 유모의 젖을 공유했던 사람, 노예와의 결혼도 금지된다. 또한 남녀 공히 부부생활을 위협하는 지병이나 신체적 결함이 없어야 하고, 남자는 4명의 아내를 갖지 않은 상태, 여자는 이혼한 후 전남편과의 관계가 청산되고 재혼 금지 기간을 충족한 상태여야 한다. 부족에 따라서는 처가 사망한 경우 처제나 처형과의 결혼이 보편적이고, 형제가 사망하는 경우 형수나 제수를 아내로 맞이하는 수계혼(嫂繼婚) 제도가 성행하기도 한다.

종교적인 제한으로는 무슬림 남자는 이교도 여인 중 기독교도나 유대교도와의 결혼이 허용되지만, 무슬림 여자와 이교도 남자의 결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혼은 허용되어도 이교도인 아내는 개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남편의 유산상속권을 갖지 못한다.

결혼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쌍방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신랑·신부는 보호자와 각각 두사람의 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까디(판관)’에 의해 결혼의 합법성이 공표된다. 전통 관습법은 서면양식 없이 판관에 의해 쌍방의 합의가 공동체에 공표됨으로써 효력을 발생했으나, 지금은 여성 보호 차원에서 모든 조건을 세부적으로 명시한 혼인계약서가 작성되어 공개된다. 성혼(成婚)의 절차는 주례인 판관에 의해 결혼계약의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고 동의된 다음 결혼의 의미와 이슬람적 가르침에 대한 설법이 있은 후 신랑·신부가 오른손 엄지를 세워 서로 누르며 손수건으로 그 위를 덮는다. 그리고 신랑·신부가 꾸란의 개경장을 함께 낭송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법적 절차와 함께 관습적 절차의 충족도 결혼의 성립에 매우 중요한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부의 처녀성 문제다. 이는 흔히 첫날밤을 지낸 후 하얀 천에 묻은 혈흔을 대중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처녀성이 증명되고 그 결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로 나타난다. 그러나 요즘은 혈흔을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슬람권의 결혼이 다른 문화권의 결혼과 가장 다른 차이점은 역시 일부다처제다. 이 제도는 남편이 다수의 아내를 공평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 4명까지 결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아랍사회의 권장된 결혼 관습 중 하나는 ‘사촌결혼’이다. 사촌 중에서도 부계 사촌(父系四寸), 즉 숙부의 딸을 신부로 맞이한다. 부계 사촌 누이동생에 대한 남자의 권리와 의무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본인이 사촌 누이동생과의 결혼 의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신랑이 가족들의 압력에 의해 부계 사촌누이와 내키지 않는 결혼을 했을 때는 자신의 의사로 두번째 부인을 얻음으로써 그 보상을 얻기도 한다.

사촌결혼 풍습은 크게 가족 간 연대의 강화, 상속에 따른 재산권 보호, 결혼 후의 원만한 가족관계의 기대, 과다한 결혼지참금 지불이라는 경제적 압박 해소라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남녀가 철저히 분리되고 교제가 통제된 사회구조에서 사촌누이는 내외하지 않고 자유로이 교통할 수 있는 유일한 근친 이성이라는 현실적 측면도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신랑이 신부를 데려오는 대가로 신부측에 일정한 재화를 지불하는 ‘마흐르’제도는 이슬람 이전 아랍사회에서도 잔존하던 유습이다. 애초에 ‘마흐르’는 부족이나 가문간 연대 표시를 위한 기능이 강했으나, 이슬람 이후 이 제도는 종교적인 강제규범으로 승화되어 순수하게 이혼이나 재해시에 여성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금의 의미로 정착되었다. 따라서 ‘마흐르’는 남편과 함께 사는 동안에는 친정에서는 관리하고, 필요시에 여성에게 전달된다. 친정에서는 이 돈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이슬람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 이종화 명지대·아세아신학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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