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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EU는 정말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할까? (손효정 서기관)

작성자
주벨기에대사관
작성일
2024-10-16


EU는 정말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할까? 관련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발간하는 월간 '나라경제 10월호, 세계는 지금' 코너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13일 연례정책연설에서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anti-subsidy investigation)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약 3주 뒤인 10월 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직권 개시했다. 

1년간의 조사는 오는 10월 종결을 앞두고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 7~8월 조사 결과에 따른 상계관세 부과 방안을 이해관계자들에게 회람했고 중국 정부와는 해결책 모색을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수입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EU도 고율 관세 부과 대열에 합류하게 될까?

글로벌 친환경 기술 제조강국 꿈꾸는 EU,
중국 부상으로 친환경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EU 반보조금 조사란 수출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EU 산업이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보조금의 영향을 상쇄하는 조치를 취하기 위한 조사다. 흔히 상계관세 조사라고도 불리며 국제통상법에 따라 수입국이 취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어 수단이다. EU 반보조금 조사의 법적 근거는 「반보조금법[Regulation(EU) 2016/1037]」으로, 다자통상규범인 세계무역기구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EU 반보조금 조사는 통상적으로 EU 업계의 요청으로 시작되지만 EU 「반보조금법」 제10.8항에 따라 ‘특별한 상황’이 있는 경우 EU 집행위가 직권으로 개시할 수 있다. 이 특별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조사 개시를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상계 가능한 보조금의 존재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 이례적으로 직권 조사가 가능한 특별한 상황으로 본다. 상계관세는 보통 5년 동안 부과되며 당사자 간 다른 해결책에 합의하는 경우 EU는 상계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EU 집행위가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직권 조사를 개시하게 된 특별한 상황은 무엇이었을까? EU 집행위의 문제의식은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처음 조사 개시를 발표한 지난해 연례정책연설에 잘 드러난다. “풍력부터 철강, 배터리부터 전기차까지 EU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바로 친환경 기술 산업의 미래는 ‘메이드인 유럽’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차를 예로 들어봅시다. 전기차는 친환경경제의 핵심산업이며, 유럽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는 분야입니다.”

지금의 EU 집행위(2019~2024년)는 글로벌 친환경 기술 제조강국을 꿈꿨다. 출범 초기 유럽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유럽그린딜(2020년 5월)을 발표하고,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EU 경쟁력 제고의 핵심으로 추진해 왔다. 또한 후속으로 그린딜 산업계획(2023년 2월), 「기후중립산업법」(2024년 6월 발효), 「핵심원자재법」(2024년 5월 발효) 등을 추진했는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EU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친환경 기술 제품을 제조하고 단일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완화해 EU가 다시 글로벌 친환경산업 리더로 부상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산업을 대표하는 분야 중 하나가 전기차산업이다. 특히 EU는 전통적인 자동차산업 강국이다. EU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자동차의 16%를 생산하고, 자동차 교역으로 약 900억 유로 흑자를 기록했다. EU 자동차산업은 EU GDP의 7% 이상을 차지하며 EU 역내 제조업 고용의 8.1%인 약 24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022년 14%, 2023년 18%였고, 2025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향후 전기차시장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전기차는 EU 친환경산업의 핵심 분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EU의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가 전 세계 자동차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1%(1,800만 대)에서 2022년 15%(1,300만 대)로 하락했다. EU의 자동차 수출 또한 2017년 745만 대에서 2022년 626만 대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부상 중이다.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의 3분의 1을 제조하고 있으며, EU의 중국산 자동차 수입 또한 2017년 11만4천 대에서 2022년 56만1천 대로 5배 증가했다.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의 3분의 2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자동차산업 강자인 EU의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2015년 5%에서 2023년 15%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중 중국 브랜드 비중은 3.7%를 기록했는데 불과 4년 전인 2019년 시장점유율이 0.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우려가 근거가 없다고 하기만은 어렵다.

태양광산업의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 상계관세 부과안 확정
유럽의 전기차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유럽은 이미 태양광산업에서 중국에 사실상 시장을 완전히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유럽은 태양광산업의 중심이었다. 이후 중국이 서구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자체 역량을 구축하면서 현재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태양광 패널의 95%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IEA, 2023). 이 와중에 태양광 패널의 주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급락해 가격경쟁력이 없는 유럽 태양광 제조산업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지난 2월 벨기에 브뤼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태양광 패널은 와트당 0.26달러인 반면 독일산 태양광 패널은 와트당 0.38달러로 약 40% 더 비싼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 업계의 요청으로 태양광 패널, 셀, 웨이퍼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유럽 태양광 제조산업을 지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상호 최저가격 협정이 이뤄지거나 일부 상계관세가 부과되기도 했으나 중국의 보복 예고와 EU 회원국 간 의견 불일치 속에서 EU는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유럽의 태양광산업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EU 내 평가다. 따라서 EU에서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급격히 발전한 중국 태양광산업이 초저가 전략으로 공략해 오면서 유럽 태양광산업이 몰락하기에 이른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공유되고 있다.

한편 EU의 반보조금 조사가 항상 상계관세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EU가 최종 조치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보조금의 존재, 실질적인 EU 산업 피해 발생, 보조금과 EU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그리고 2차적으로 상계관세 등 최종 조치 부과가 ‘EU 전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사자 간 상호 해결책에 합의하는 경우 EU는 상계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EU 집행위는 2008년부터 이번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 개시 전까지 총 431건의 반보조금 조사를 개시(일몰재심 제외)했는데, 이 중 342건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조사였으며 그중 약 30%가 상계관세 부과 없이 종결된 바 있다.

이번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 결과는 어떨까? 지난 8월 20일 EU 집행위는 조사 결과에 따른 최종 상계관세 부과안을 이해관계자에게 통보했다. 이 안은 향후 EU 회원국의 투표를 거쳐 최종 승인된다. 만약 EU 회원국의 절반 이상이 조치에 반대하는 경우 항소위원회 절차가 개시되며, EU 집행위의 안에 반대하는 국가가 가중다수결(EU 회원국의 55% 이상이 반대하고 해당 국가의 총인구가 전체 EU 인구의 65% 이상이어야 함)을 만족하는 경우 조치는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2014~2018년 항소위원회에 제출된 사건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최종 상계관세는 기존 EU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관세율 10%에 추가로 부과되는 것으로, 최종 상계관세 부과안이 승인되면 EU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는 향후 5년간 총 17.8~45.3%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중장기적으로 차기 EU 집행위와 중국 정부 간 관계와 
중국 자동차 업계 대응 및 공급망 지형 변화에 주목
EU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조사는 10월에 결론이 난다. 향후 관전 포인트를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살펴보자. 먼저, 단기적으로 EU가 실제 상계관세를 부과하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 집행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상계관세 부과를 제안했으나 EU·중국 간 협상 결과에 따라 조치 변경 또는 미부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EU의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WTO에 제소하고 EU산 브랜디·돼지고기·유제품 등에 대한 보복조치를 예고하는 한편, EU와 대화하며 타협안을 모색해 왔다. 지난 9월 19일에는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 수석부위원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 간 회담이 이뤄졌는데, 회담 이후 양측은 향후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최저 수출가격을 설정하는 ‘가격 약속(price undertaking)’ 조치를 재검토하는 등 상호 합의 가능한 해결책 모색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EU, 중국 간 논의 결과가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부과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월 중 예정된 EU 27개 회원국의 투표 결과도 관건이다. EU 집행위의 반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이 보복조치를 예고한 상황에서 각국이 자국에 대한 보복 가능성, 중국과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올해 말 출범할 새 EU 집행위(2024~2029년)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EU는 중국에 강경 기조를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2019년 이후 EU와 중국의 관계를 기존 경제적 파트너에서 ‘협력 파트너, 경제적 경쟁자 및 체제적 라이벌’로 전환했으며, 특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중국에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취하고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EU와 중국은 여전히 경제·통상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EU 제1위 수입대상국(EU 역외 수입의 20.6%)이자, 제3위 수출대상국(EU 역외 수출의 8.8%)이며, 중국의 대EU 외국인직접투자 금액은 68억 유로를 기록했다. 그러나 EU와 중국이 상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경우 EU·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EU가 대중국 강경정책을 지속할 경우 중국의 자동차 업계 대응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등 자동차 관련 부품·제품 산업까지 영향을 미쳐 자동차 공급망 지형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전 세계 GDP 3위, 인구 4억4천만 명이 넘는 단일시장 EU는 중국에 매력적인 시장일 것이다. 실제 중국 자동차 제조기업 비야디(BYD)는 헝가리에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체리(Chery)는 지난 4월 스페인 이브로-EV 모터스와 협력해 바르셀로나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푸조, 피아트, 오펠 등 유럽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 또한 지난 5월 중국의 리프모터(Leapmotor)와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국 자동차 업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U의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 또는 대중국 강경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중국 기업은 고율 관세 또는 EU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EU 역내로 제조기지를 이전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공급망 지형이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U 입장에서도 중국이 현지에서 EU로 수출하기보다 역내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창출하며 EU 규범을 준수하는 그린필드 투자(투자 대상국에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EU와 중국 정부 그리고 업계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향후 EU의 대중국 정책과 중국 자동차 업계의 대응 방향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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