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갓냐 대한민국 출장소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비쉬켁에 거주하는 강인평입니다. 2010년도, 그러니까 3년전에 한국으로 옷이나 책같은 짐을 보내게 되었는데 평소 아는 분이 보내 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 짐을 맡기게 되었었습니다. 지금도 언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때는 정말 현지 언어도 잘 모를 때였습니다. 짐을 보내주시기로 한 분이 서류에 싸인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기 때문에 짐을 보내기 위해서 서류에 싸인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이 컨테이너에 마황이라는 한국에서는 한약재로 사용하는 물건을 17톤이나 넣으셨고, 전 전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마황이라는 물건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쪽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입니다. 하루 아침에 국제 마약 밀수 혐의를 받게 되었고 그 때 당시에 한국에서도 몇 차례 조사를 받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는 물건도 아니였고 그 물건들을 서류상으로만 제 이름이지 제가 직접 받는 물건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해결이 되었었습니다. 키르키즈스탄쪽에서는 어떨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하던 공부를 마져 하기 위해서 2012년 8월에 다시 키르키즈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8월7일 새벽에 도착했는데 공항에서 비자도 내주지 않고 마약청에서 사람이 나와서 저를 바로 연행해서 갔습니다. 물건을 보내신 분은 이미 그 나라에서 완전히 떠나고 없는 상태였고, 서류상으로 묶여있는 제가 그 모든것을 다 뒤집어 쓰게 된 억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입국하자마자 밤새도록 조사를 받았고 조사는 그 날 이후로 몇 달간 계속 이어졌었습니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실제로 제가 서류에 싸인만 했지 아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마약청에서도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고 종결을 시키는 것으로 방향이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종결이 되었다고 한 사건을 다시 주재국 담당 검사가 재조사하라고 지시가 내려와서 저는 다시 같은 조사를 또 받게 되었고, 결국엔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재판은 3개월 가량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 때쯤에 주한 키르기스스탄 한국 대사관에 고영근 영사님께서 새로 부임하셨는데 저를 한 번 부르셨습니다. 여권도 뺏기고 무비자로 불법체류 상태가 10개월이 다 되어갈 때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관분들은 사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은 모두 행정적이고 딱딱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고영사님을 처음 뵈었는데, 대충 제 이야기는 들으셨던 것 같고, 몇 가지 물으시면서 대답을 해 드렸더니 정말 영사님 본인이 억울한 일을 당하신 것처럼 마음을 써주셨습니다. 그 날 받았던 마음은 어쩌면 제가 생각없이 한 행동 때문에 여러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자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일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필요한 조치는 다 취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재판이 한 달 정도 더 진행이 되었고 지난 달 말에 재판이 완전히 종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억울한 누명도 다 벗었습니다. 사건이 종결되고나서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한국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달 말쯤에 다시 돌아가서 다음 학기 준비를 하게 될 텐데, 그 전에 꼭 감사인사드리러 가고 싶습니다. 사건이 해결된 것도 너무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고영근영사님께서 어려운 일을 당한 저에게 베풀어주신 진심이 담긴 그 마음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영사님께서 새로 부임하시기 전에 계셨던 영사님들께도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이번 일로 물심양면 힘써주신 반기동 실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과분한 선물이었습니다. 해외에 나가면 정말 애국자가 되는데, 이번 일은 제가 더욱 대한 민국을 사랑하게 되는 귀한 계기였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계속 드려도 모자랄 만큼 감사드립니다. 항상 고생많이 하시는 공관분들과 외교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