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상 속 전설적인 존재
모로즈 안나
한국 드라마 애청자들은 ‘구미호뎐’이나 ‘도깨비’와 같은 작품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위 두 개의 드라마 주인공들의 원형, 즉 한국 민속학에서의 전설적인 존재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과연 몇 이나 될까요? 한국 문화의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로 한번 들어가 봅니다.
그 어떤 미신적인 존재도 지혜와 헌신, 친절, 정의를 상징하는 용과는 그 위대함을 견줄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전설에서는 말을 하거나 인간의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인 이미지의 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보통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신화와 동화에 등장하는 용은 불과 파멸을 상징하지만 한국에서는 행운을 가져오고, 논과 저수지를 보호하고, 또 농사를 번창하게 도와주는 동물입니다. 주로 불을 내뿜는 서양의 용과 달리 물이나 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거대한 바다뱀인 이무기는 어린 용으로 그려지는데, 진짜 용이 되기 위해서는 물 속에서 천 년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용의 생김새는 보통 날개가 없고, 긴 수염을 달고 있으며 때로는 용의 한 쪽 발이나 입에 여의주를 쥐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화에서는 여의주를 지닌 자는 누구든지 마법을 부릴 수 있지만, 용이 가진 힘과 지혜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용의 이미지는 한국의 문화, 예술 및 건축에 자주 반영되기도 합니다. 과거 용의 상징이 그려진 옷과 장신구를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 뿐 이였고, 왕을 포함한 다른 계급에게는 착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또 벨라루스의 도모보이(가신, 밤에 몰래 농가의 일을 도와준다는 작은 요정)와 매우 흡사하며, 한국의 동화 속 장난꾸러기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생명체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생명체를 도깨비라고 부릅니다.
도깨비는 도모보이와 달리 숨어 있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착한 일을 하는 집주인에게는 상을 주고, 나쁜 일을 저지르면 벌을 내립니다. 전설에서 도깨비는 길을 지나는 사람의 앞을 막고 씨름을 겨루자고 합니다. 씨름에서 도깨비를 이기려면 도깨비의 약점인 오른 부분을 노려야 하고, 다리가 하나 뿐인 도깨비의 발을 걸면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도깨비는 김씨의 성을 가진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려 한다는 습성 때문에 ‘김선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도깨비는 무생물이나 가정 용품, 예를 들면 빗자루나 오래된 도구로부터 변신한 것입니다. 늪을 평원으로 바꾸거나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몰래 방에 들어가는 마법도 부릴 수 있습니다. 이 마법은 도깨비를 보이지 않게 해주는 도깨비 감투와 멀리 있는 물체를 바로 앞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덕택인 것입니다.
보통 한국 드라마에서 도깨비는 훈남으로 등장하지만 신화에서는 동물 형태의 가면을 쓰고 몸은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뿔 달린 난쟁이로 묘사됩니다. 한복을 입고 있는 도깨비는 사람들에게 풍작과 부를 가져다 주고 악령으로부터 보호하는 생명체입니다.
세 번째 생명체는 천년 이상이나 살았다고 전해지는 구미호입니다. 구미호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지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죽은 사람의 심장과 간을 먹기도 하고, 어여쁜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해있는 모습을 특히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더 오래된 역사를 보면 구미호는 사실 꼬리로 마법을 부리는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의 악령이 저주를 받았다고 하지만 이 저주가 계속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주를 풀고 사람이 되려면 천일 동안 살인을 저지르지 않거나 여우의 모습은 알아채지만 그 비밀을 누구에게도 발설 하지 않을 남자를 찾아야 됩니다.
한국의 민담이나 설화, 전설에서 구미호의 이미지는 극도로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조금 다르게 그려집니다. 구미호가 의외로 다정하고 순진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한 사람을 위해,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구미호는 드라마를 비롯하여 만화, 컴퓨터 게임, 광고, 화장품 라인의 대표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국 신화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생명체 중에는 해치(해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해치는 몸 전체가 비늘로 덮여 있고 목에는 종이 달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언뜻 보면 사자와 비슷합니다.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으로 여겨져 조선 시대에는 해치의 동상이 궐 앞에 설치되기도 하였습니다. 해치의 머리는 보통 위험이 닥칠 수 있는 방향으로 향해 있습니다.
해치는 정의감이 높아 모든 사람의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조선시대의 해치는 헌법을 수호하는 상징으로 여겨졌고, 법관의 관복에도 항상 해치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는 해치상이 세워져 있고 경복궁에서도 해치상이 군데 군데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해치는 티셔츠나 광고판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서울의 상징입니다. 2019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거대한 해치의 동상을 타고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열광시킨 적도 있습니다. 길이 약 10미터, 무게 1.5톤이 넘는 이 동상은 한국 문화에서 해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부단하고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신화, 전설, 민담 등 한국 전통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은 대대로 계승되고 새로운 형태를 갖춰 건축물에도 반영되어 수많은 문학작품, 예술, 음악, 연극 예술 분야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벨라루스 시민기자단 6기 모로즈 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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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사진1: https://stock.adobe.com/images/a-colorful-dragon-and-intricate-artwork-decorate-the-bell-pavilion-at-haeinsa-buddhist-temple-south-korea/35841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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