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오이시디 대한민국 대표부

파리, 미식의 역사

파리 시테 섬에 위치한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에서 “파리, 미식의 수도, 중세에서 오늘날까지 (Paris, capitale de la gastronomie, du Moyen Âge à nos jours)” 주제로 2023년 4월 13일부터 7월 16일까지 파리의 미식과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회가 개최 중이다. 콩시에르주리는 중세 시대에 왕실 식당으로 사용되었으며 파리 미식의 역사가 싹트던 곳이었다.

전시회에서는 프랑스 중세시대 샤를 5세의 연회에서부터 루이 14세의 건강회복 축하연, 나폴레옹 결혼식 연회를 거쳐서 오늘날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만찬까지 파리 미식의 발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역사적 연회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부르주아와 서민의 식당 및 식자재 시장의 발전사 및 식사 도구의 역사 등도 전시되어 있다.

파리가 미식의 중심지가 된 데에는 중세 시대 이래 왕실 중심의 외교 연회가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겠다.

특히, 중세시대 1378년 1월 6일 프랑스의 샤를 5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4세를 위해 시테 섬의 궁전에서 마련한 연회가 프랑스 미식 역사상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 샤를 5세의 외숙부인 카를 4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는 최초로 파리를 방문했으며, 연회에는 카를 4세의 아들인 바츨라프 4세를 비롯하여 800여명의 귀족 및 기사가 참석했다. 연회 음식은 당시 왕실의 주방을 지휘하던 요리사인 기욤 티렐(Guillaume Tirel, 일명 Taillevent)이 준비했으며, 연회 음식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메뉴판도 남아 있다.

그 후 16세기 피렌체 출신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édicis) 왕비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미식 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 왕비는 앙리 2세의 배우자이며, 프랑수아 2세, 샤를 9세, 앙리 3세의 모친이기도 하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특히 아티초크를 즐겨 먹었는데, 아티초크를 이탈리아로부터 프랑스에 들여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칠면조 요리가 파리의 식탁에 등장하기도 했다. 칠면조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으로 들여왔는데, 16세기 초 칠면조 한 마리 가격은 닭 한 마리보다 8배나 비쌌다고 한다. 1549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파리 입성을 위해 개최되었던 연회에는 66마리의 칠면조 요리가 올려졌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버터의 사용이 급증하고 잼, 젤리 등을 사용한 파티스리(디저트 제빵)가 크게 발전했다.

17세기 태양왕 루이 14세는 달고 기름진 음식을 즐겼는데, 1686년 가을,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왕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1687년 1월 30일 연회가 열렸다. 이 연회에서는 수프·전식·애피타이저, 고기·샐러드·앙트르메, 과일로 구성된 프랑스식 코스 요리를 선보였으며, 왕이 건재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1810년 4월 2일 나폴레옹과 마리 루이즈의 결혼 연회, 1900년 9월 22일 파리 만국박람회 프랑스 시장들의 연회 등은 미식 문화의 정치적, 외교적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로 프랑스 역사에 남아있다.

“프랑스인들의 미식 (repas gastronomique des Français)”은 2010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전통과 노하우가 전승되고 보호되고 있다.

※ 참조

콩시에르주리 웹 사이트, 파리, 미식의 수도, 중세에서 오늘날까지(Paris, capitale de la gastronomie, du Moyen Âge à nos jours), https://www.paris-conciergerie.fr/agenda/paris-capitale-de-la-gastronomie-du-moyen-age-a-nos-jours

프랑스 문화부, 보도자료, 르네상스 블로아 성의 축제 (Dossier de presse:  Festins de la Renaissance Blois) 전시회 (2012.7.7-10.21)

작성: Jynghan10@mof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