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장(marché)의 역사
프랑스어로 시장은 “마르쉐(marché)”라고 불리며,
마르쉐는 지붕이 있는 상설시장뿐 아니라 특정한 요일에 정해진 곳에서 열리는 노천 장터와 꽃, 의류, 예술품, 골동품, 중고품
등을 파는 각종 전문시장까지 포함하고 있다.
파리 최초의 시장은 팔뤼 시장(marché Palu, 현존하지 않음)으로, 5세기 이래 시테섬(Ile de la Cité)에서 열렸던 식료품
장터였다. 이후, 팔뤼 시장은 현재 파리 시청 자리인 옛
그레브 광장(Place de Grève)으로 옮겼다가, 12세기
초 루이 6세 치하에서 현재 파리 1구에 위치한 상업지구인
‘레 샹포(Les Champeaux)’로 이전했다.
샹포 시장(Halles
des Champeaux)은 중세시대 12세기 말 필립-오귀스트
치하에서 지붕이 있는 시장으로 건설되었는데, 시장부지는 왕실 소유였다.
샹포 시장에서는 청과물을 비롯한 식료품뿐 아니라 직물, 가죽, 금속제품도 취급했다. 시장 중앙에 위치한 광장에는 죄인을 처형하기
전에 군중 앞에 묶어놓고 공개하는 기둥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기둥은 1786년에 제거되었다.
샹포 시장은 백년 전쟁 이후 경제위기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다가 16세기 중엽 프랑수아 1세가 루브르 궁을 영구적인
거주지로 정하면서부터 상업지구 개조를 통해 번성하게 되었다. 그 후 파리 인구가 급증하여 과부하를 겪게
되자 인근 지역으로 확장되어서 파리에서 가장 큰 레알 시장(Les Halles)의 기원이 되었다.
레알(Les Halles) 시장
레알(Les
Halles) 시장은 12세기 샹포 시장(Halles
des Champeaux) 때부터 1960년대까지 파리 시민들의 식료품과 생필품 공급처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프랑스어로 ‘halle[알]’은 지붕이 있는 시장을 뜻한다.
1763년~1767년에는 밀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밀 시장(la Halle au blé)이
따로 세워졌다. 한편, 레알(Les
Halles) 시장이 사람들로 붐비고 인근의 이노상(Innocents) 공동묘지와 인접해서 위생
문제가 생기자, 공동묘지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청과물 도매시장을 개설하게 되었다.
이노상(Innocents) 공동묘지의 유골들이 파리 14구의
카타콤브(Catacombes) 지하납골당으로 옮겨지자, 공동묘지 자리를
소독하고 1786년~1789년에 노천 청과물 시장을 개장한 것이었다.
나폴레옹 1세는 이노상(Innocents) 시장과 밀 시장 사이에 중앙 시장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계획은 1848년 Victor Baltard가 설계한 거대한 시장 건물이 건립됨으로써 이루어지게 된다. 새로운
레알(Les Halles) 시장은 오스만 남작(Georges Eugène
Haussmann)이 주도한 파리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유리벽과 주철 기둥으로 된 12개 건물로
구성되었으며, 마지막 2개의 건물은
1936년에 완공되었다. 레알(Les Halles) 시장은 1873년 출간된 에밀 졸라의 소설 「파리의 복부(Le ventre de Paris)」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장소가 협소하고 위생문제가 제기되어 레알(Les Halles) 도매
시장은 결국 파리 남부의 렁지스(Rungis) 도매시장과 북부의 라빌레트(la
Villette)로 이전하게 된다. 1969년부터 1973년에
걸쳐서 이전이 끝난 후 시장 건물들이 철거되었으며, 이 중 2개의 건물은
파리 수도권의 Nogent-sur-Marne와 일본의 요코하마에 옮겨져서 복원되었다.
파리 남부에
위치한 렁지스 시장(Marché de Rungis)은 1969년 3월 개장한 후, 2022년 기준 매출이 약100억 유로를 기록하는 세계적인 대형 청과물, 육류, 수산물, 유제품, 꽃 도매시장으로 성장했다. 렁지스
도매시장에는 상인 및 요식업자를 비롯한 사업자만 입장할 수 있다.
앙팡 루즈 시장(marché des
Enfants Rouges)
현재 파리 3구에 위치한 앙팡 루즈 시장은 파리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붕이 있는 시장이다. ‘빨간 아이들’이라는 뜻의 ‘앙팡 루즈(Enfants Rouges)’라는 단어는 1536년 프랑수아 1세의 누이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엉굴렘(Marguerite
de Valois-Angoulême)이 설립한 고아원의 아이들이 기독교의 자비를 상징하는 빨간 천으로 된 옷을 입었던 데서 연유했다. 1615년 이 동네에 시장이 개설되자 앙팡 루즈 시장(marché des Enfants
Rouges)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시장은 1912년
파리시 소속이 된 후, 젖소 축사가 세워져서 1914년까지 이 동네에
우유를 공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앙팡 루즈 시장은
1982년에 프랑스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생제르망 시장(marché
Saint-Germain)
파리 6구에 위치한 생제르망 시장은 19세기 초에 건립된 지붕이 있는 시장으로, 그 기원은 15세기 생제르망 데 프레(Saint-Germain-des-Prés)
수도원 소속의 장터였다. 그러나 1762년 화재로 소실되고, 나폴레옹 1세의 파리 미화계획에 따라 새로운 시장 건물이 세워졌다. 19세기말부터는 시장 한쪽 편을 공무원 시험 장소(Hôtel des examens)로
사용하기도 했다. 1970년대 Hôtel des examens이 이전하게
되자 현대식 건물 신축을 위해 생제르망 시장은 철거 위기에 처했으나, 동네 주민들과 롤랑 바르트, 레몽 아롱을 비롯한 당대 석학들의 반대로 철거 대신 복원공사가 진행되었다. 그
후, 다시 공사를 진행하여 2017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파리 노천 장터
파리 각지에는 유서 깊은 상설시장이 있을 뿐 아니라, 70곳이 넘는 노천 장터가 열리고 있다. 노천 장터는 동네마다 정해진
요일 오전에 주로 열리고 있으며(아침 7시~오후 2시30분(주중)/3시(주말)), 식료품(청과물, 생선, 육류 등)뿐 아니라 각종 생필품도 판매하고 있다.
※ 참조
파리 시청 웹 사이트
- https://www.paris.fr/pages/les-marches-parisiens-2428
- https://www.paris.fr/pages/les-halles-d-hier-a-aujourd-hui-3430
- https://www.paris.fr/pages/rungis-et-paris-une-histoire-commune-6744
파리 아카이브 웹 사이트
- https://archives.paris.fr/a/556/halles-des-champeaux-un-emplacement-ancien-/
- https://archives.paris.fr/a/562/1786-1789-le-marche-des-innocents/
evous.fr
웹사이트
- https://www.evous.fr/Histoire-du-Marche-des-Enfants,1118276.html
렁지스 시장 웹사이트
- https://www.rungisinternational.com/connaitre-rungis-le-marche-historique
Camille
Lestienne, “생제르망 시장: palais des examens이 있던 시절(Marché
Saint-Germain : quand il abritait un «palais des examens»)”, Le Figaro 2016년 12월
2일, https://www.lefigaro.fr/histoire/archives/2016/12/02/26010-20161202ARTFIG00278-marche-saint-germain-quand-il-abritait-un-palais-des-examens.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