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식당의 역사
중세 프랑스 시기의 외식 문화는 타베른(taverne)이라고 불리는 선술집에서 술과 식사를 즐기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후, 부르봉 왕조와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레스토랑(restaurant)과 카페(café)가 생겨났고, 나폴레옹 전쟁과 보불 전쟁을 겪으면서 비스트로(bistrot)와 브라스리(brasserie) 같은 식당들이 등장했다. 프랑스의 식당은 오늘날까지 전통 음식과 미식 문화를 전승할 뿐 아니라, 사교의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고 하겠다.
◈ 레스토랑(restaurant)
“레스토랑(restaurant)”이라는 단어는 힘을 회복시킨다는 뜻의 “se restaurer”라는 동사에서 나왔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 1694년 판에 따르면, “회복시키고 힘을 주는 음식”, 특히 육즙이 풍부한 고기 국물을 뜻했다. 그리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 1835년판에서는 오늘날 “식당”의 의미가 추가되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은 1582년 문을 연 “투르 다르정(Tour d'Argent)”이다. “은으로 된 탑”이라고 번역이 되는 “투르 다르정”은 이름만큼이나 격조 높은 식당으로, 루이 14세가 식사하러 베르사유 궁전에서 올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투르 다르정”은 노틀담 성당과 파리를 한눈에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오리고기 요리(caneton Mazarine)로 유명하다.
파리 7구에 위치한 “라 프티트 쉐즈(La Petite Chaise)”는 1680년 루이 14세 때 와인 가게로 시작해서 레스토랑이 되었다. “작은 의자”라고 번역이 되는 이 식당의 이름은 원래 옛 프랑스어 “chèze(집)”에서 기원한다.
18세기 중반 이후, 레스토랑이 귀족들의 전유물을 넘어서서 일반인들에게까지 보급되며 다양한 메뉴 중에서 음식을 골라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은 근대적 의미의 식당을 창안한 경제학자이자 요식업자인 Mathurin Roze de Chantoiseau의 역할이 컸다고 하겠다. 프랑스 대혁명을 전후로 루브르 궁전 주변을 중심으로 레스토랑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여, 1834년에는 파리에만 2000여 곳의 레스토랑이 들어서게 되었다.
◈ 카페(café)
“카페(café)”는 17세기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생겨났다. 파리 최초의 카페는 1686년 파리 6구의 오데옹 지역에 문을 연 “르 프로코프(Le Procope)”였다. “르 프로코프”는 18세기에는 볼테르, 루소 등 당대 유명 석학들의 모임의 장소이기도 했다. 디드로-알랑베르 백과사전(Encyclopédie de Diderot et d’Alembert)도 “르 프로코프”에서 탄생했으며, “르 프로코프”에서 벤자민 프랑클린이 미국 헌법을 구상했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로베스피에르를 비롯한 프랑스 혁명가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르 프로코프”에는 나폴레옹이 젊은 시절 식사비용 대신 맡겼다는 모자를 전시해 놓고 있기도 하다. “르 프로코프”의 요리로는 송아지 머리찜(tête de veau en cocotte)과 수탉을 와인에 넣어 요리한 “코코뱅(coq au vin)”이 유명하다.
◈ 비스트로(bistrot)
“비스트로(bistrot)”는 주로 식사 시간에만 문을 열고 음식의 종류도 비교적 단순한 대중적인 식당이라 하겠다. “비스트로”라는 단어는 러시아어로 “빨리 빨리”라는 뜻에서 기원했는데, 나폴레옹 전쟁 말기인 1814년 프랑스에 주둔했던 러시아 군인들이 식당 종업원들에게 음식을 “빨리” 달라고 러시아어로 재촉했던 데에서 “비스트로”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 브라스리(brasserie)
“브라스리(brasserie)”라는 명칭은 원래 맥주를 제조해서 팔던 가게에서 기원했으며, 점차 식사를 제공하면서 식당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1871년 보불 전쟁으로 인해 독일에 병합되었던 알자스-모젤 (Alsace-Moselle) 출신 주민들이 파리로 상경해서 “브라스리”를 열었는데, “브라스리”는 보통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다양한 종류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의 오래된 브라스리 중에서 6구의 생제르망 거리(boulevard Saint-Germain)에 위치한 “Brasserie Lipp”은 1880년 문을 열었으며, 알자스 지방의 전통 요리인 슈크루트(choucroute)로 유명하다.
참조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 1694년판, https://www.dictionnaire-academie.fr/article/A1R0151-01; https://www.dictionnaire-academie.fr/article/A6R1302
Alexis Thiebaut,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3개의 레스토랑 (Les 3 plus vieux restaurants de Paris)”, France Bleu Paris, 2018년 9월 21일 (2018년 9월 21일 업데이트), https://www.francebleu.fr/emissions/le-top-3-de-france-bleu-paris/107-1/les-3-plus-vieux-restaurants-de-paris
Megan Arnaud, “브라스리, 비스트로, 카페를 혼동하지 마세요! (Ne plus confondre brasserie, bistrot et café!)”, Madame Figaro, 2019년 5월 16일(2020년 9월 15일 업데이트), https://madame.lefigaro.fr/cuisine/quelles-sont-les-differences-entre-brasserie-bistrot-et-cafe-160519-165104
Barbara Marty, “식당의 탄생: 접시 위의 혁명 (Naissance du restaurant : une révolution dans l'assiette)”, France culture, 2020년 7월 1일, https://www.radiofrance.fr/franceculture/naissance-du-restaurant-une-revolution-dans-l-assiette-4303815
Cathy Lafon, “바, 카페, 비스트로… 이 장소들은 왜 프랑스 생활양식을 상징적으로 구현하나? (Bars, cafés, bistrots… Pourquoi ces lieux sont-ils emblématiques de l’art de vivre à la française ?), Sud Ouest, 2020년 6월 3일(2021년 5월 19일 업데이트), https://www.sudouest.fr/gastronomie/fermeture-des-bars-pourquoi-ces-lieux-sont-ils-emblematiques-de-l-art-de-vivre-a-la-francaise-1931942.php
파리의 첫 카페 (LE TOUT PREMIER CAFÉ DE PARIS), https://www.pariszigzag.fr/sortir-paris/premier-cafe-paris
르 프로코프 웹 사이트, https://www.procope.com/a-propos/
라 프티트 쉐즈 웹 사이트, https://www.alapetitechaise.fr/zoom.php
작성 : Jynghan10@mof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