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프(crêpe)의 유래
크레프는 밀전병처럼 생긴
프랑스 전통음식인데, 특히 프랑스 중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브르타뉴 (Bretagne)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수도 파리에는 브르타뉴
지방에서 출발하는 기차들의 종착역인 몽파르나스 역 부근에서 크레프 전문 식당을 많이 볼 수 있다. 예로부터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기근이 들었을 때 검은 밀로 크레프를 만들어 먹었는데, 처음에는 크레프를 빵 대용으로
수프에 넣어 먹었으며, 오늘날 볼 수 있는 햄과 치즈 등이 들어간 푸짐한 크레프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나왔다고 한다.
크레프는 식사용으로 먹는
‘크레프 살레(crêpe salée)’와 디저트로 먹는 달콤한
‘크레프 쉬크레(crêpe sucrée)’로 나뉜다.
‘크레프 살레’의 종류로는
치즈와 햄이 들어간 기본형 크레프로부터 생자크(가리비 조개) 관자와
프아그라(거위간)가 들어간 미식형 크레프까지 다양하며, 아스파라거스 또는 아티초크와 같은 제철 채소를 활용한 웰빙형 크레프도 찾아볼 수 있다. 크레프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햄, 각종 치즈, 달걀, 해산물, 연어, 각종 채소와 버섯, 곱창(엉두이유-andouille) 등으로 지방 특산물을 활용하기도 하며 계절별로도 다양하다.
디저트용 ‘크레프 쉬크레’로는 부드러운 밀가루 부침에 설탕만 뿌려놓은 간단한
크레프로부터, 초콜렛, 캬라멜, 과일잼, 밤잼 등을 바르고 생크림과 시럽까지 얹은 크레프 등이 있으며, 크레프 위에 럼주를 뿌리고 점화한 후에 불꽃이 꺼지면 먹는 크레프 플람베(crêpe
flambée)도 있다.
크레프 반죽도 구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데, 반죽의 재료가 되는 밀의 종류에 따라, 메밀 크레프 (크레프 오 사라장 - crêpe au sarrasin) 또는 검은 밀 크레프 (크레프 드 블레 누아르 - crêpe de
blé noir)와 부드러운 밀 크레프 (크레프 드 프로멍 - crêpe de froment)로 구분된다. 크레프 대신 갈레트(galette)라는 단어도 사용되곤 하는데, 엄밀히 구분하면, ‘크레프’는 부드럽고 얇은 디저트용 부드러운 밀 크레프를 칭할 때
사용되고, ‘갈레트’는 주로 식사용 메밀 크레프를 뜻한다.
프랑스에서는 크레프와 곁들여서
약한 도수(2%~8%)의 사과주인 시드르(cidre)를 마시곤
한다. 브르타뉴 특산주인 시드르는 달지 않은 시드르 브뤼트(cidre
brut)와 단 맛이 있는 시드르 두(cidre doux)로 나뉜다. 크레프 식당에 가면 통상 시드르를 프랑스 전통 도자기로 된 물병인 피셰(pichet)에
담아내고, 이를 볼레(bolée)라는 사발에 따라 마신다.
크레프는 긴 겨울을 끝내는
봄 맞이 민간 풍습과 더불어 카톨릭 전통과도 연관이 있다. 크레프는 특히 성탄절로부터 40일 후인 2월 2일
셩들뢰르(Chandeleur)라고 불리는 성촉절에 먹는 음식인데, 성촉절의
어원인 chandelles은 ‘촛불’을 의미한다. 성촉절에 크레프를 먹는 전통은 주의 봉헌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472년 교황 젤라시오 1세가 로마에 도착한 순례자들에게
크레프를 나눠줬던 카톨릭 전통과 인연이 깊다. 성촉절에 먹는 크레프는 주로 디저트용 크레프인데, 오늘날까지도 집에서 크레프를 만들어 먹는 전통이 있어서 성촉절 즈음해서 프랑스의 마트에 가면 크레프 제작과
관련된 조리 도구들과 재료를 파는 특별 코너도 볼 수 있다.
성촉절날 맨 첫 번째 크레프를
부칠 때는 루이 왕(루이 13세부터 16세까지)이 새겨진 옛날 금화인 ‘루이
도르(Louis d'or)’를 왼쪽 손에 든 채로, 오른쪽
손으로는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고 크레프를 위로 던져 올렸다가 떨어뜨리지 않고 받으면 일년 내내 풍요와 복이 온다는 민간 풍습도 있다.
참조:
“셩들뢰르(성촉절)의 시간 (Il est l'heure... de la Chandeleur !)”,
프랑스 농식품부 웹 사이트 (https://agriculture.gouv.fr/il-est-lheure-de-la-chandeleur)
Sonia Ezgulian, “성촉절의 크레프 : 왜 이 전통이 있는가 ? (Crêpes à la Chandeleur : pourquoi cette tradition ?)”, La Croix 2022년 1월 29일자, https://www.la-croix.com/Plein-feu-crepes-Chandeleur-2022-01-29-1201197460
Valentine Poignon, “성촉절, 미신과 미식과 전통 사이 (La Chandeleur, entre superstitions, gourmandise et traditions)”, 마담 피가로 2019년 1월 24일자, https://madame.lefigaro.fr/cuisine/la-chandeleur-entre-origines-et-traditions-010217-129485
Jules Fresard, “브르타뉴 사람들이 정말 크레프를 발명했나 ? (LES BRETONS ONT-ILS VRAIMENT INVENTÉ LA CRÊPE?)”, BFM 2022년 2월 2일자 (https://www.bfmtv.com/pratique/cuisine/les-bretons-ont-ils-vraiment-invente-la-crepe_AN-202202020219.html)
Patrick Rambourg, “프라이팬 속의 황금 크레프 (Les crêpes, de l'or au fond de la poële)”, Historia 866호, 2019년 2월, https://www.historia.fr/gastronomie/les-cr%C3%AApes-de-lor-au-fond-de-la-po%C3%ABle
“당신은 크레프 쪽인가요 ? 갈레트 쪽인가요 ? (Et vous ? Êtes-vous plutôt crêpe ou galette ?)”, https://www.musee-abbaye-landevennec.fr/sites/default/files/upload/pdf/CREPE_ou_GALETTE-DP-1.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