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니스트(Bouquinistes)
파리 센느강 변을 따라 걷다 보면 짙은 녹색 상자들이 줄지어 늘어선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부키니스트(Bouquinistes)’라고 불리는 강변의 중고책 가판대들이다. 부키니스트라는 말은 책을 친근하게 부르는 단어인 ‘부캥(Bouquin)’에서 유래했다. 1459년 ‘부캥(boucquain)’이라는 형태로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16세기 말 지금의 ‘부캥(Bouquin)’이 되었다. 이는 작은 책(가치가 적은 책)을 뜻하는 벨기에 북부 지역에서 쓰이는 네덜란드어의 방언인 플라망(flamand)어 ‘boeckin’에서 온 말이다.
부키니스트라는 명칭은 1752년 트레부 사전(Dictionnaire de Trévoux)에 ‘고서나 헌책을 파는 사람’이라는 정의와 함께 처음으로 기록되었다. 초기에는 주로 남성들의 직업이었으나, 193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에 남성과 여성형이 모두 등재되면서 남녀 구분 없는 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부키니스트를 상징하는 것은 짙은 녹색의 철제 상자 ‘베르 와공(Vert Wagon)’이다. 초기에는 책을 작은 나무상자에 담아 매일 옮겨야 했지만, 1891년 파리시 조례를 통해 영업 장소에 상자를 밤새 두고 갈 수 있도록 허가되었다. 1900년 무렵, 파리시는 도시 미관을 위해 모든 상자를 파리의 지하철, 왈라스 분수(Fontaines Wallace), 모리스 광고 기둥(Colonnes Morris)과 같은 색인 기차 객차의 녹색으로 통일하도록 했다. 또한 강변의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상자 뚜껑을 열었을 때 높이가 지면으로부터 2.10m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도 생겨났다.
오늘날 약 200여 명의 부키니스트들은 세느강 우안(Rive Droite)의 퐁 마리(Pont Marie)에서 께 뒤 루브르(Quai du Louvre)까지, 좌안(Rive Gauche)의 께 드 라 뚜르넬(Quai de la Tournelle)부터 께 볼테르(Quai Voltaire)까지 이르며,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콩시에르주리 등 파리의 명소를 배경으로 약 3km 구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노천 서점에서는 고서, 현대 서적, 판화, 우표, 오래된 잡지 등을 판매한다.
부키니스트들은 파리시에 임대료나 세금을 내지 않는 대신,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기상 악화 시를 제외하고 일주일에 최소 4일 이상은 반드시 영업해야 하며, 나머지 3일은 자율 휴무이나, 보통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월~수 사이)에 쉬는 경우가 많고,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대부분 영업한다. 부키니스트 한 명당 총 4개의 상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헌책과 고서만 취급 가능하고 4개의 상자 중 단 1개에서만 기념품이나 우표, 엽서 등 부수적인 품목을 판매할 수 있다. 이는 부키니스트 거리가 단순한 기념품 거리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파리시의 강력한 의지이다.
2018/19 FW 샤넬 컬렉션에서 칼 라거펠트는 부키니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그랑 팔레 패션쇼장 안에 부키니스트 가판대를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느강 변 경관’의 상징적인 존재인 부키니스트들은 2019년 프랑스 국가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 중에 있다.
주요 내용 요약 및 참조
https://www.paris.fr/pages/les-bouquinistes-et-paris-histoire-d-amour-en-majuscules-7886
작성: hysong16@mof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