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 문화와 여름 테라스(Terrasses estivales)
3월 마지막 주가 지나며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햇살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파리지앵들은 어김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인도 위 테라스 카페 의자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도시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야외 거실로 변한다. 프랑스인에게 테라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계절과 일상을 상징하는 곳이다. 흐린 날에도 심지어 쌀쌀한 날에도 담요를 무릎에 덮고 테라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리에서 테라스 문화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다. 당시 오스만 남작의 도시 개조 사업을 통해 좁고 구불구불했던 중세의 골목들이 넓은 대로와 여유로운 보도로 확장되면서, 카페들이 야외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파리를 더욱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었으며, 테라스는 미식과 사교,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이른바 ‘광란의 시대(Années Folles)’였던 1920년대는 파리 카페 테라스의 전성기였다. 당시 사진작가들이 찍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자유를 만끽하는 북적이는 테라스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프랑스식 삶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이러한 파리의 테라스 문화는 프랑스 전역을 넘어 영국에도 영향을 주었다. 전통적으로 실내 중심이었던 폐쇄적인 영국의 펍 문화가 이 시기를 계기로 점차 야외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파리의 일상을 상징하던 테라스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봉쇄와 영업 제한이 반복되는 동안 카페와 식당 등 수많은 업장이 문을 닫았고, 테라스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이후 파리시는 도시공간 활용 정책의 일환으로 테라스 문화를 재정비하고 확장하는 ‘여름 테라스(Terrasses estivales)’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4월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식당과 카페 등은 주차 공간이나 인도, 광장 등을 활용해 임시 테라스를 설치할 수 있다. 도시 미관과 안전 기준에 따라 심사가 이루어지며, 2025년에는 1,704건의 신청 중 584건이 승인됐다. 상권의 입지와 점유 면적에 따라 차등화된 정액 요금의 도로 점용료가 부과된다.
이 제도는 식당과 카페뿐 아니라 서점, 레코드 숍, 꽃집, 호텔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 인도, 주차 구역, 광장, 보행자 전용 도로 등 다양한 장소에 테라스 설치가 가능하고, 특히 주차 구역 테라스에는 안전 확보를 위한 보호막과 바닥 판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야외 영업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 밤 10시까지만 허용된다. 이처럼 여름 테라스 제도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한 조치가 아니라, 도시 공간의 기능과 품격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도시 운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내용 요약 및 참조
https://www.paris.fr/pages/tout-savoir-sur-les-terrasses-estivales-17865
작성: hysong16@mof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