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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제2차관,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학술회의 오찬연설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14-03-27
조회수
2917

신각수 소장님,
김석우 고문님,
유영숙 장관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먼저 2014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학술회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11월 문을 연 국제법센터는 영토, 해양관할권, 인권 등 최근 중요성을 더해가는 이슈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제언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의 주제인 미세먼지 문제 역시 동북아지역의 잠재적 외교현안이자 우리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현실적 문제이기에 오늘 학술회의가 매우 의미 있고 또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언제부턴가 스모그로 가득한 서울 하늘, 그리고 그 아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행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우리나라의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이번 달에 개최된 양회에서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머리카락의 1/30 굵기도 되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폐암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심각성은 국민 개개인의 건강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미세먼지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한국의 이미지가 미세먼지 때문에 흐려진다면 이는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의 국제법적 함의】

주변국의 환경문제로 인해 인접국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는 비단 동북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례로, 말레이반도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경우 이웃나라 인도네시아에서 플랜테이션을 위해 화전(火田)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연무로 매년 우리와 유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환경문제는 대기뿐만 아니라 해양을 통해서도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에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오염수 배출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처럼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나 국민에 대해 큰 피해를 미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환경분야에서의 국가책임 및 피해배상문제가 오늘날 주요한 국가 간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 역시 국제법상으로는 동일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가가 자국의 관할권 내 활동으로 다른 국가에 환경피해를 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초국경적 피해 방지의무’는 1941년 Trail Smelter Case 이후 1972년 인간환경에 관한 스톡홀름선언,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등을 통해,  국제관습법의 일부로 확립되어 왔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역시 1996년 핵무기사용의 합법성 여부에 관한 사건 등에서 동 원칙을 현대 국제법의 일부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비록 동북아 역내 국가 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약이 따로 체결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국제관습법상 확립된 ‘초국경적 피해 방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관련국에 대한 국가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세먼지 문제를 법적책임과 그에 따른 배상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국가 귀책사유에 대한 판단, 인과관계의 입증, 피해액 산정 등과 관련한 쉽지 않은 난관을 극복하여야 하고, 사전적 예방보다는 사후적 대응에 치중하여 효과 및 경제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의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와 관련되는 실체적, 절차적 규범과 원칙들을 적극 활용해 나가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관련국간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상호 협력과 호혜의 분위기도 적극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와 지난 2010년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인한 해산물 안전문제, 최근의 조류독감 확산문제는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이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대기와 해양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라는 점입니다. 둘째는 인간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에 관한 문제, 다시 말해 인간안보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경을 초월하여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개별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관련국들 간 인식의 공유와 단합된 대응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미세먼지 문제를 다룸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인식의 전환입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어느 특정 지역민만의 문제가 아니며, 환경, 국민보건과 안전, 관광산업 모두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편적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유해야만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의 전환이 국제사회를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로 90년대 후반 대인지뢰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대인지뢰를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in Slow Motion)’로 인식하면서 이를 금지하기 위한 전 세계적 캠페인이 일어났고 국제규범도 정립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는 미세먼지 역시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독소(Toxins in Slow Motion)'로 정의하고 이러한 인식을 공유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세먼지 문제와 동북아 환경협력】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미세먼지와 같은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역내 국가들 간 기존 환경협력 채널을 통해 대기오염에 대한 협력방안도 모색되고 있습니다.

양자차원에서는 한ㆍ중 환경공동위, 한ㆍ중ㆍ일 3국 환경장관회의를 통해, 지역차원에서는 한-중-일-러-몽골-북한간 동북아환경협력계획(NEASPEC)를 통해 그러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원인규명과 예보 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실시하는 한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환경기술 협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한중일 환경과학원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 연구사업(LTP)을 확대하여 미세먼지가 3국에 미치는 상호영향 평가를 위한 연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동북아환경협력계획 차원에서는 금년 5월부터 ‘동북아 월경성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소지역 프레임워크 구성에 관한 연구 및 협의’ 사업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 대구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와 금년 하반기로 예정된 한-중 환경공동위에서도 대기오염문제를 주요 의제로 논의하고 실질협력 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도시화와 산업화, 기후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협의채널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기후변화에 맞서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과 적응(adaption)이라는 두 트랙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 역시 이 두 트랙에서의 노력을 병행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예전부터 존재한 문제이고,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줄여 나갈 수는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미세먼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조기 예보와 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생활 속 위험요소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메커니즘을 구축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그 발생을 경감시키는 기술적ㆍ제도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산업계의 환경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미세먼지 문제 대응을 위해서는 민ㆍ관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며, 미세먼지 관련 기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성장동력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경제 마인드도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미세먼지】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동북아 지역은 역내 국가들의 경제력, 인구, 기술력을 바탕으로 교류와 협력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과 견제, 그리고 과거사에 기인하는 긴장과 갈등요인이 협력을 저해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복잡하고 미묘한 역학구도와 북한이라는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이 지역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신뢰구축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는 바로 이러한 동북아 지역의 신뢰위기 상황에 대한 고민과 진단에서 출발한 것이며,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신뢰외교의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신뢰위기에 직면한 동북아의 딜레마를 풀어나가기 위해 연성 이슈에서부터 협력과 대화의 습관과 관행을 축적하여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 바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입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협력에서 출발하여 서로 믿을 수 있는 관행을 축적하고, 이러한 분위기와 문화를 확산시켜 불신과 대립의 구도를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 역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틀 속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염두에 두고 있는 연성안보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과학적,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보건, 안전, 나아가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다양한 이슈들이 중첩된 문제로서 인식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해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또한 경제개발을 위한 권리와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 역시 고려되어야할 사안으로서, 넓은 의미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께서는 21세기 국제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평화와 안전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셨습니다. 전통적 개념의 평화와 안전에 추가하여 지속가능발전과 인권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포괄적 개념의 평화(Peace in the fullest sense)’가 그것입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역시 대화와 협력, 신뢰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평화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려는 시도입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연성안보 이슈로서, 반 총장님의 포괄적 개념의 평화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맺음말】

내외 귀빈 여러분,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식견과는 별개로, 이 문제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정치적 의지를 통해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실 줄로 믿습니다.

이러한 공감대에서 출발하여 미세먼지 문제에 관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의 마련을 위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차원의 협력이 본격화되기를 희망합니다. 정부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통해 역내 공동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밝히는 한편, 협력의 촉진자로서 그 역할을 다 해나갈 예정입니다.

오늘 학술회의가 미세먼지 문제는 더 이상 미루고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머뭇거리는 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가장 나쁜 방식이다(Delay is the deadliest form of denial).' 영국의 군인이자 역사가였던 Northcote Parkinson의 이 말처럼 오늘 형성된 공감대가 행동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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