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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제2차관, 아태정책연구원 설립 20주년 기념행사 축사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16-09-23
조회수
3650

아태정책연구원 설립 20주년 기념행사 제2차관 축사
- 2016. 9. 22(목) 17:00, 연세대 동문회관 국제회의장(3F) -

존경하는 신희석 이사장님, 공로명 장관님, 김태영 장관님, 그리고 아태정책연구원 임원 및 내외 귀빈 여러분,

아태정책연구원(APPRI)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에 외교안보 분야 원로 여러분들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신희석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여러분들께 마음으로부터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태정책연구원은 1996년 설립 이래 오늘까지 290여 회의 학술 행사를 치를 정도로 활발한 정책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매월 한 차례 이상 정·관·재계 등의 유력 인사들을 초청하여 ‘정책연구포럼’을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고, 방한인사 초청, 국제회의 참석 등을 통해 민간차원의 활발한 정책공공외교도 펼쳐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교·안보·경제·통상·남북관계 등 주요 분야에서의 국책연구활동을 통해 아태 지역 정세는 물론 외교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와 혜안을 공유해 왔습니다.

20년의 나이테를 쌓기까지 아태정책연구원을 키워 오신 신희석 이사장님은 외교안보연구원(現 국립외교원) 시절 재직 기간을 합산하면 아태정책 연구 분야에서 외길 40년을 걸어오신 분입니다.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아태정책연구원과 함께 활동하고 계신 점도 이사장님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신희석 이사장님과 30년 넘게 인연을 쌓아 오면서 저 역시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분들의 전문적 식견과 경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교환경 속에서 우리 외교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학계·싱크탱크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정책적 지혜와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미경적 분석과 망원경적 시야를 가지고, 나무를 보되 숲을 놓치지 않으며, 지평선 너머에 있을 그 무언가까지 가늠해야 하는 것이 외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은 외교 일선에 몸담고 있는 저희들에게 기꺼이 그 현미경과 망원경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기에 이 자리가 더욱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현재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것은 저보다 더 오랜 기간 이 지역 정세를 지켜봐 오신 분들이기에 굳이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북핵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미·일·중·러 등 동북아 지역의 강대국들은 각자의 국력과 위상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전략과 셈법에 따라 행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보다 상황 주도적이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과 아태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 그리고 전후 질서의 족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일본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동쪽에서 파트너를 찾고 있는 러시아, 체제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북한, 이 모두가 우리의 외교안보환경을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엄중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 이론가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한국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다”고 묘사한바 있는데,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현실을 이처럼 정확히 표현한 말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외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질 않고 있습니다. 한중 관계는 안보리 차원의 전례 없는 북핵 공조를 이끌어냈지만 THAAD 배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신뢰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한일 관계는 작년 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타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합의 이행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갈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한러 관계도 정상회담 등 활발한 고위급 교류에도 불구하고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 관계로 인한 환경적 제약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국 외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외교를 stock이 아닌 flow 개념으로 봐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외교 정책은 어느 한 시기 한두 현안에 관한 성과나 현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장기적 시각과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북아 지역처럼 중층적이고 복잡다기한 도전에 직면한 외교안보 환경 하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중 관계를 한미 동맹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문제도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결정과 판단을 두고 일일이 비판하기보다는, 위기 요소로 가득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대미·대중 외교의 큰 그림과 방향에 대한 평가가 담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 외교는 어느 한 순간도 위기 상황이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상황적 위기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위기라고 크게 외칠 것인지, 혹여 그러한 우려가 과도하게 표출된 나머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이 될 위험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위기론이 나오는 근본 이유도 따지고 보면 우리 외교의 정책 방향이나 내용보다는 우리 외교가 처한 환경 자체가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급변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환경으로 인해 우리가 당면한 어떤 외교 현안도 단순방정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정책 결정의 타이밍을 포함하여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비교·교량하여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략적인 사고와 명민한 정책적 판단과 선택을 요하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국민적 합의와 관련국, 특히 지도자간의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국민적 우려와 관심이 큰 몇몇 외교 현안에 대해 저의 소견을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THAAD 문제로 우려를 낳고 있는 한중 관계입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한중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빛의 속도로 관계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이어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THAAD 문제로 현재 양국 관계가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stock이 아닌 flow 개념으로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중 관계는 한반도의 미래를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할 관계입니다. THAAD 문제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지속 유지·발전되어야 한다는 데 양국이 분명히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달 초 항저우 G20 정상회의 계기에 이루어진 한중 정상회담이 시사하는 함의를 곱씹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THAAD 문제를 계기로 동북아에서‘한미일 對 북중러’의 新냉전구도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중 관계는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갈등 요인도 있지만, 매년 워싱턴과 북경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보듯이 주도권 다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상호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이러한 복합적 상호의존 관계를 두고, frenemy(friend+enemy), congagement(containment+engagement), coopetition(cooperation+competition)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 않습니까? 한·미·일·중·러 등 5개국은 상호 경제가 밀접히 연계되어 있고 지역·글로벌 문제에 있어 이익을 공유하는 분야가 넓기 때문에 5개국 중 어느 한 나라도 냉전구도로의 회귀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특히 북한이 핵 보유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데 동참하고 전면적인 이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THAAD 문제를 계기로 북핵불용원칙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둘째, 현 정부 내내 위기상태라는 소리를 들어온 한일 관계입니다. 출범 초기 2년 간 양국 관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지난해 양국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봅니다. 작년 3월 우리 주도로 한일중 외교장관회담이 3년 만에 개최되었고, 이를 토대로 11월 초에는 한일중 정상회담 계기에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는데, 이러한 전략적 로드맵에 따른 우리의 노력을 통해 한일중 3국 협력체제를 복원하고 한일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 양국관계에 있어 최대 난제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작년 말 24년 만에 타결되었고, 이에 따라 금년 7월‘화해·치유 재단’이 출범하여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문제도 대일외교 협상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협상 중 하나였는데,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한 일본을 상대로 우리의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강제노역에 관한 정당한 우려를 국제문서에 반영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양국 관계를 어둠 속에 가두어 놓았던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 만큼, 이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든, 세계유산 등재 문제든 어렵게 이룬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8.24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원칙 합의한 대로 금년 4/4분기 중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대통령의 방일도 성사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를 계기로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셋째,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악화 일로에 있는 남북 관계입니다. 일부에선 북핵/북한 문제로 신뢰외교가 도전을 받고 있다거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제재 국면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국면 전환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북 관계의 국면 전환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자체가 도발에는 강경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 놓는다는 투 트랙 기조 위에 서 있는 정책이므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옮겨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이면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께서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북한 당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온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신바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남북 관계를 다루는데 있어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단지 현상적 교류만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됐다고 보는 착시현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년 8월 DMZ 목함지뢰 폭발사고 이후 남북합의 도출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일시적 교류 재개로 우리는 남북 관계 개선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었지만, 북한은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통해 또 다시 핵 야욕을 고스란히 드러내더니, 급기야는 불과 8개월만에 5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지 않았습니까? 남북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진실의 순간을 마주해야 합니다. 신뢰에 입각한, 진정성 있는 변화만이 진정한 남북 관계 개선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 제재의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남북 관계의 경색을 견디고 참아내는 국민적 인내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언급하신바 있듯이 지금은 국론을 결집하고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만 하는 때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반도를 중심으로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 외교가 과연 국익을 제대로 지켜내고 나라의 앞날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 염려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줄 압니다. 한중/한일/남북 관계 등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높은 사안을 중심으로 잠시 살펴봤지만, 우리 외교는 다양한 도전에 대해 큰 틀의 전략적 로드맵을 가지고 외교안보 현안을 다루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국과의 양자 관계에 있어 정부는 지난 3월 핵안보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을 연쇄 개최한데 이어, 9월 초에는 블라디보스톡 개최 동방경제포럼과 항저우 G20 정상회의, 라오스 EAS 정상회의 계기에 한러, 한중,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연이어 개최하였고, 앞으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연내 개최될 경우 한일,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올 한 해 주변 4국과의 전략적 외교 동선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현재 뉴욕에서 개최 중인 유엔총회와 두 달 뒤 페루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 등 지역·다자회의 계기도 적극 활용하여 우리 외교의 전략적 공간을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며 북한의 잘못된 셈법을 바꾸어 놓기 위해 지금 함께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후회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국제사회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도전은 항상 기회와 함께 오는 법입니다. “상황이 나아지려면 반드시 그 전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 마련”이라는 레닌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타계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역시“거대한 위기가 가져오는 거대한 기회를 오히려 잘 활용할 수 있어야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대외환경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외교전도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건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로드맵을 가지고 꾸준히 전진해 나가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가 나아가는 길에 아태정책연구원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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