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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조태열, 제2차관 이임사(11.21)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16-11-24
조회수
2074

 ※ 이하는 사전 원고 없이 행해진 취임사를 사후 녹취․정리한 것임.


조태열 제2차관 이임사 (2016.11.21.)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그리고 무척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건 꼭 3년 8개월만인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늙은 차관이 되어 자리를 너무 오래 지키는 것 같아 무척 민망하였고, 또 그로 인해 떠나는 뒷모습이 추하지 않을까 염려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부담을 덜게 되어서 참 다행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비슷한 길을 걸어오셨고, 또 여러 측면에서 출중한 능력을 갖추신 안총기 대사께서 후임 차관으로 오시게 되어 떠나는 마음이 든든합니다.

제가 이것보다는 좀 더 일찍 떠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한 달 전쯤에 실국장회의에서 섣부른 고별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드린 말씀입니다만, 돌이켜보면 지난 3년 반은 제 인생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 초등학교 6학년이냐 하면 제가 졸업한 게 1968년 봄인데 68년에 중학교 입시제도가 폐지가 됐습니다. 입시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입시경쟁이 치열해서 입시를 폐지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제가 하루 4시간 이상을 잔 기억이 없습니다. 6학년 때. 그런데 차관이 되고나서 초반 2년간은 아마 주말 포함해서 너댓시간 이상을 자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몸을 던져서 일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심신이 피곤할 법도 했는데 저는 전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을 즐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일어났던 국내외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떠나는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겁습니다만, 그래도 어렵고 힘든 시기에 우리 외교의 한 축을 맡아 몸을 던져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 보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몸을 던져 열정과 헌신으로 업무에 임해주셨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과중한 업무 부담을 좀 더 덜어드리지 못하고, 좀 더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떠납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우리 외교가 지금 처한 대내외 환경은 매우 엄중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카고대학의 미어샤이머 교수가 “한국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처해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처럼 우리 외교안보 환경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는 말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수없는 위기요소로 가득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단순방정식으로는 풀리지 않는 수많은 외교현안들을 다뤄오면서 전환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외교관이 가져야할 막중한 역사적인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오늘 우리가 외교적인 정책적 판단을 함에 있어서 어떤 오류를 범하거나 전략적 사고나 외교적 상상력이 부족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모골이 송연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일상의 업무를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고, 또 매일매일 역사를 만들어가는 현장 속에서 살고 있다는 주인의식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외교가 이렇게 중층적이고 복잡한 환경 속에 처해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오류나 실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토론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광화문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수없이 만들었던 ‘콘클라베’가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을 많이 피곤하게 만들고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콘클라베’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난 3년 반 동안 그 많은 도전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평소에 여러분들에게 ‘마른수건을 쥐어짜듯이 머리를 쥐어짜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것은 자기역량을 120% 발휘해 달라는 그런 주문이고, 또 그렇게 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지만,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남의 의견이나 지식이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달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 토론하다 보면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얘기를 해주는 동료들이 있고, 또 발상의 전환을 해서 아주 참신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또 때로는 전혀 기록에서 보지 못했던 그런 외교현장의 얘기를 - 20년, 30년 전의 그런 중요한 이슈나 사건에 관한 얘기를 -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동료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연결되지 못했을 institutional memory를 복원시키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 장차관실 뿐만이 아니라 실국장실 또 과 단위 부서에서도 토론이 활성화 되어 활발한 토론 문화가 우리 외교부에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긴 호흡을 가지고 중장기적 시각에서 다뤄야할 정책적 과제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급한 현안에 시간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다 보면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다뤄야할 분야가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제가 지난 3년 반 동안 맡고 있는 다자외교에서 우리 다자외교가 어떤 방향성과 비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또 그런 방향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노력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 공공외교, 중견국외교, 이런 중장기적 정책과제들을 좀 더 고민하고 또 체계화하고 개념화하는 작업에 기여를 하려고 시간을 할애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도 거두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업무환경이 그런 모든 것들을 여유있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되도록 자주 여러분들이 일상의 업무에서 한 발자국씩 물러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외교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내가 혹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 외교에 조금이라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일을 추진해야 하는지를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봤으면 합니다. 고민하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변화나 진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에 처한 나라에서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그런 고민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외교부를 떠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흔히들 차관들이 퇴임할 때 남기고 싶은 얘기들을 하듯이 그런 얘기를 하는 자리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또 언제 제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싶어서 특히 젊은 외교관들에게 제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그런 얘기 몇 가지를 하고 제 이임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에 샌드위치 먹으면서도 가끔 한 얘기입니다만, 힘센 자 앞에서 당당하고 약한 자 앞에서 따뜻한 외교관이 되어 주십사 하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4년 전 경기도 자문대사로 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좀 있어서 지난 30여 년간 경험한 외교현장의 뒷얘기를 정리하면서 몇 자 끄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 머리말에 제가‘이 글은 힘 있는 자들 앞에서 당당하고자 했던 나 자신과 선배 외교관들의 조그마한 몸부림에 관한 자전적 기록이다’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 출간되지도 않았고 출간될 날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30여년을 돌이켜보면 남들보다, 제 또래 동료들보다 협상 경험이 좀 많았기 때문에 거기서 수많은 좌절과 분노를 했습니다. 때로는 무례하다고 생각될 만한 강대국 대표들의 행위도 봤고 거기에 분노도 하고 그 앞에서 헛헛한 웃음만 짓는 우리 대표들의 모습에서 좌절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앞으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협상 경험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비슷한 부류의 행태를 스스로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힘 센 자들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서는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패기가 있어야 되고 지식과 논리로 무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패기 있고 기개 있는 외교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강한 자들 앞에서 비굴하면 우리 대한민국이 비굴해지는 겁니다. 당당하지 못하면 우리 대한민국이 당당하지 못해지는 겁니다. 지금부터 그런 준비를 해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취임사 때도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편식하지 않는 외교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외교부 들어올 때부터 선배들로부터 ‘외교관은 generalist다. 그래서 모든 것에 두루 식견을 갖춰야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기부서라든지 상관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일들에 매달리다 보니까 지나고 나면 그렇게 두루 식견을 갖춘 외교관이 되지 못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젊은 후배 외교관들이 우리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가 있고 거기에서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의욕도 있고, 그래서 우리 외교의 역량강화라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 외교의 주요현안이 무엇인지, 우리 외교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가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 후배들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전문성은 강화되었을지 모르겠으되, 큰 그림을 그리고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능력은 어떻게 보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갖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specialized generalist’ 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두 분야에서 남들보다 나은 전문성을 쌓되, 두루두루 남들이 하는 일에도 신경을 쓰면서 늘 배우고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중요한 시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서 한반도나 동북아 주요 외교현안에 대해서는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항상 업데이트하고 배우고자 하는 그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밖에 나가면 대한민국 외교관이지 어떤 특정분야를 담당하는 외교관이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에게 한국의 외교 정책을 물어보면 대답을 하고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 주십사 부탁을 하고, 마지막으로는 외교관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또 매일매일 선택을 함에 있어 이게 공직자로서 올바른 선택인지 고민하는 자세로 살아 주십사 하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는 오게 돼 있습니다.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기회를 못 보거나 못 잡는 것이지, 기회가 없어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라는 것은 항상 부담과 함께, 도전적인 요소와 함께 오는 것이기 때문에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준비된 사람도 용기가 없어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비하고 기회를 기다리되, 부담과 함께 찾아오는 기회를 무서워하지 말고 붙잡으십시오. 속담에도 ‘기회는 꼬리가 없어서 뒤에서 붙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준비하고 용감하게 기회를 잡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그런 후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매순간 선택이라는 점이 연결된 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매번하는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지게 되어 있는데, 그 선택이 외교관으로서 공직자로서 옳은 것인지 한번쯤은 고민하면서 살아줬으면 좋겠습니다.‘다들 그냥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지. 나는 공정한 게임을 하고 싶지만 남들이 반칙을 하니까 나도 반칙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살면 훗날 10년, 20년 후에 자기 모습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고민이라도 하고 사는 사람과 고민조차 하지 않고서 늘 그때그때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20년 후, 30년 후 모습은 확연히 달라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하는 외교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외교관, 그것이 우리 후배 외교관들의 모습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많은 실패와 조그만 실패 그리고 좌절이 이어질 것인데, 그것이 더 큰 성공으로 마무리되기를 저는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수많은 실패와 그리고 더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하면서, 간단히 이임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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