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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조세영, 제1차관 취임사(5.24.)

부서명
-
작성자
-
작성일
2019-05-24
조회수
717

조세영 제1차관 취임사
2019.5.24.


사랑하는 외교부 동료 여러분,


우리 외교부는 지금 비상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제가 제1차관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외교를 위해 최일선에서 분투하다 쓰러진 분들이 계십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문덕호 대사님, 그리고 지금도 병실에서 투병중인 김은영 국장님. 이런 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직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외교부'라는 명예와 긍지를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에 해외공관에서 국가기밀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와 범법행위가 적발되었습니다. 외교부를 믿고 아껴주신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린 부끄러운 사건입니다. 신속하고 엄중한 문책조치와 재발방지 노력을 통해 하루빨리 외교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전문성과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이것으로 실력을 보여주고, 이것을 자부심의 원천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가 지금, 과연 국내의 누구와 경쟁하고, 외국의 어떤 상대와 경쟁하더라도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봐야합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외교부의 조직과 일하는 문화는 미처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 십년 동안 계속 유지해오던 것이 이제 일종의 '제도피로'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우리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교부의 미래는 없습니다.
지금은 먼저 한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먼저 안 것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외교부의 축적된 관습과 관행 가운데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미련없이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과거와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한번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외교부의 조직과 일하는 문화를 쇄신해 나갑시다.


소신껏, 헌신적으로, 능동적으로 일한 분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한데 따르는 책임은 저를 비롯한 간부들이 먼저 질 것입니다.
열심히 일한 실무직원들이 억울하게 책임을 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의 명백한 실책에 대해서는 응분의 신상필벌이 따를 것입니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문서작성이나 행사준비에 실수가 없도록 각자 맡은 임무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랍니다.


외교부의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이고, 혁신과 쇄신에 있어서도 과장들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과장들은 간부들과 실무직원들의 사이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합니다.
각 과에서 생산되는 자료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후배 직원들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선배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현재 외교부에서 제일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분들이 과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장님들의 분발을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형태의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혼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직장에서 소위 갑질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갑질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열심히 의욕적으로 후배를 지도하려던 선배관리자들이 억울하게 위축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갑질에 관해서는 제기한 쪽과 제기당한 쪽, 모두에 대해 공정하고 깊이 있게, 충분한 조사검토를 거쳐서 판단할 것입니다.
갑질을 하는 관리자가 있어서는 안되겠으나, 갑질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스스로 해야 할 도리를 소홀히 하면서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없어야하겠습니다.


혁신과 쇄신을 실천하는 데에는 인사가 중요합니다. 인재를 찾아내고 발탁하는 인사가 중요합니다.
묵묵히 실력을 쌓고 업무에 헌신하는 사람,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내고 발탁하는 인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의욕을 안겨주는 인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자신부터 사사로운 인연과 인정에 얽매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가 5년 동안 외교부를 떠나있으면서 지켜보니 외교부는 타부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기강과 규율이 느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업무에 관해서나 특히 인사문제에 관해서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서 배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근무를 반복해야하는 외교부의 특성 때문에 생긴 관행입니다만, 인사 명령에 대해서는 상명하복이라는 규율이 좀 더 확립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적하고 싶은 것이 본부의 과장, 국장 직위에 대한 인사입니다.
외교부는 과장과 국장에 보임되는 경쟁이 상당히 느슨합니다. 채용 동기생 가운데 과연 어느 정도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과장, 국장에 보임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은 본부에서 과장, 국장 직위에 오래 있으면서 외교부의 업무가 질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기여해 줘야 합니다.
특정한 전문분야에 속한 동료들끼리 보직을 주고받기 하는 식으로 1년 내지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만 과장이나 국장으로 일하고 해외에 나가는 풍토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본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장이나 국장 보직을 연속해서 2개 이상 하는 경우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장, 국장으로 보임된 후에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기 교체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면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와 본부간부가 마음에 새겨야할 것은 '희생'이라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으로서는 손해가 있더라도, 개인의 이익에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기꺼이 공적인 이익에 봉사하겠다는 각오야말로 고위공직자의 기본자세일 것입니다. 손해와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민족사에 '기회의 창'이 열렸습니다. 70년의 분단체제를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만 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의 새로운 안보질서를 실현시키는 일에 한국외교의 명운이 걸려있습니다.
남북한의 평화 번영이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조화롭게 양립하는 해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이럴 때면 으레 회의론이 팽배하기 마련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안보질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회의론이 득세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는 인류의 역사는 가능해보였던 일보다는, 오히려 불가능해보였던 일들이 이루어지고 축적되어 온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이 좋은 예입니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최빈국의 고통에 신음하던 한국이 불과 한 세대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 세대는 어렵게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세우는 일을 이루어내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이러한 역사적 과업의 선두에 서고, 믿음직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 일은 결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만이 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외교부의 지역국과 기능국, 행정지원부서와 해외공관이 모두 다 힘을 모아야만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실력 있는 외교가 곧 국민에게 사랑받는 외교입니다. 실력있는 외교를 통해서 외교부의 위신을 다시 세워 봅시다.
우리 외교부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위고하와 직책과 직렬을 막론하고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마음으로 하나 되어서 이 일을 완수해 냅시다.


워낙 엄중한 때이다 보니 저의 취임사가 긴장감을 갖자는 메시지로 채워지다시피 했습니다. 지금 외교부가 처해있는 상황은 실무를 담당하는 여러분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그리고 재외공관에 계시는 여러분들이 느끼시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엄중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외교부가 힘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 용기와 사기를 북돋아줘야 하겠습니다.
저도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겠습니다. 항상 열린 마음과 자세로 여러분과 소통하고 여러분들의 고민과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 나누겠습니다.


강경화 장관님과 조현 차관님, 이태호 차관님께서 그동안 뿌리신 씨앗과 다져오신 토대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도록 저도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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