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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제2차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행사 축사(2015.6.17.)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15-06-17
조회수
2177

한일 양국의 참석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금년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지 꼭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깊은 시기에 한일 양국이 걸어온 지난 50년간의 성취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의 비전을 함께 나누는 의미있는 학술 행사에서 축하의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태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님, 나카니시 히로시 일본국제정치학회 이사장님, 이원덕 교수님, 기미야 다다시 교수님, 히라이와 순지 교수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입니다. 양국 국민은 고대로부터 이천년 가까이 이어온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중기의 조선통신사는 외교사절이었을 뿐 아니라, 양국 국민들 사이에 문화적 교감을 증진시키는 훌륭한 친선 사절이기도 했습니다.

반세기전 양국 지도자들은 20세기 전반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유구한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국교정상화를 위한 용단을 내렸습니다.

이후 50년간 두 나라는 정치, 안보,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폭넓은 교류를 통해 우호 협력의 선린관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연간 2억불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작년에 860억불을 기록하였습니다. 반세기 동안 430배나 증가한 것입니다. 연간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던 양국간 상호 방문자 수는 이제 하루에만 1만 명을 훨씬 넘어, 작년에는 504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양국을 왕래하는 항공편도 매주 45개 노선 706회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국간 교역, 인적교류에 관한 통계수치 이외에도 한류(韓流)와 일류(日流)의 정착은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얼마나 빨리 좁혀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일 간에는 여전히 과거사의 짐이 큰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양국 관계 발전의 무한한 잠재력을 살려 나가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막중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간 과거사 문제를 얘기할 때면 생각나는 한분이 계십니다. 36년전 제가 외교관으로 막 첫 발걸음을 내디뎠던 시절 주한 일본대사를 역임하셨던 스노베 대사님이 그분입니다.

1979년 여름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에 관한 실무협의가 있던 날, 저는 생전 처음 참석하는 정부간 회의라 설레는 마음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가, 회의가 일어로 진행되는 걸 보고는 그만 견딜 수가 없어 서류 뭉치를 집어 들고 회의장을 나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일본 대사관저에서 리셉션이 있었는데 학자풍의 한 중년신사가 제게 다가와 말을 걸어 왔습니다. 스노베 대사님이었습니다. 오전에 제가 회의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제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이 된다고 하시고는, 워낙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는 회의라 서로 편한 언어로 얘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좀 양해해 주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오전의 제 행동이 대사님에게까지 보고되었다는 것도 의외였지만, 리셉션에서 일부러 제게 다가와 저의 불편한 마음을 씻어주려 애쓰시는 그 분의 세심한 배려가 제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감동은 거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잠시 얘기를 나눈 후 대사님이 연회실 한가운데로 나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시는데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텍스트도 없이 인사말을 이어가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분명 제게 대한 위로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유창하진 않았지만 정확하고 정중한 그분의 한국어 인사말을 들으며 저는 일본의 힘이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양국관계 발전의 기초에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한일 21세기 파트너십 공동선언, 2005년 고이즈미 담화, 2010년 칸 나오토 담화 등이 그것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러한 문건 속에 담긴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 양국간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36년전 스노베 대사님이 초년병 외교관인 저를 대했던 그 마음가짐으로 다가선다면 따뜻한 햇살에 눈이 녹아내리듯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였고, 지금도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에 걸쳐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올해가 한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하신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수년간 과거사 문제로 양국관계가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천년에 걸친 교류를 통해 다져진 양국민간의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그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다행히 최근들어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동안 개최되지 않던 양국 재무장관, 통상장관, 국방장관 회담이 잇달아 열리는 등 양국 정부간 고위레벨에서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여 윤병세 외교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기시다 외상과 회담을 갖고 우리측 주최 기념리셉션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지난 3월 양국 외교장관회담 합의에 따라 이번 학술회의와 6.22 기념리셉션은 모두 정부 주도로 개최되며, 9월에는 한일 축제한마당이 확대 개최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양국 민간차원에서 이미 실시되었거나, 실시 예정인 다양한 행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양국민이 역사인식에 관한 거리를 좁히고 서로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과 일본이 속해있는 동아시아와 아태지역은 지금 중대한 지정학적 변화와 도전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일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 지역의 핵심 국가로서 이러한 변화와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상호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미래 지향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실과 신의에 바탕한 <성신(誠信) 외교>를 강조했던 아메노모리 호슈의 가르침을 따라, 올해가 한일 양국 국민간 우의를 더욱 두텁게 하고 신의를 기반으로 역사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원년이 되길 희망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한국과 일본이 화해와 신뢰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 위한 비전과 지혜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정책제언이 이루어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뜻깊은 행사에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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