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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제2차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설명회 기조연설(7.29)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14-07-30
조회수
2750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설명회 기조연설
조태열 외교부 차관

2014.7.29
중국사회과학원

□ 들어가는 말씀

한펑 부소장님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한중 양국의 학자, 전문가 여러분,

반갑습니다. 시진핑 주석께서 이달 초 방한하셨을 때 서울대 강연에서 “이웃집 친구를 만나러 온 것(看看朋友) 같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만, 저 역시 오랜만에 중국을 찾아 왔는데도 마치 늘 다니던 친구 집에 마실 온 느낌입니다.

작년 6월 박 대통령님의 ‘심신지려(心信之旅)’에 이은 이달 초 시 주석님의 ‘이웃집 마실(看看朋友)’을 통해 양국 지도자간 우의와 신뢰는 한층 두터워졌고, 올해로 수교 22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도 순풍에 돛 단 듯(風好正揚帆)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시기에 이곳 베이징에서 양국 전문가 여러분들을 모시고 박근혜 정부의 주요 외교정책의 하나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토론의 자리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바쁘신 가운데에서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신 양국의 학자, 전문가 여러분들과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써주신 사화과학원 측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필요성 및 개념 설명

참석자 여러분,

한․중 양국이 이처럼 신뢰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오는 동안 유감스럽게도 동북아 지역의 전반적인 안보 환경은 오히려 신뢰의 위기를 우려해야 할 만큼 계속 악화되어 왔습니다. 거듭된 추가 핵실험 위협으로 역내 안보를 위협해 온 북한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200여발의 방사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속적인 도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중국해의 긴장도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둘러싼 역내 갈등은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불러 온 이러한 동북아의 대립과 갈등은 이제 역내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시진핑 주석께서도 “아시아는 전통적,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처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갈등과 대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동북아 안보환경을 신뢰와 협력의 구도로 바꾸어 놓기 위한 구상입니다. 원자력 안전, 환경, 재난구조 등과 같이 역내 국가들이 참여하기 쉬운 비전통 연성 안보 분야에서부터 대화와 협력의 관행을 축적하여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출발한 구상입니다.

연성 이슈들은 정치적 비용은 크지 않은 대신 실제 협력의 효과가 커서 역내 국가들의 참여를 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동북아 지역은 냉전 종식 이후 중국의 개혁, 개방으로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상호의존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는 그만큼 이 지역에 비정치적, 비전통적 안보분야에서의 협력 수요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유럽다자안보체제가 정치적 긴장과 군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코자 한 역내 국가들의 공동노력의 결과였듯이, 동북아에서도 연성이슈를 위주로 다자적인 대화와 협력의 습관이 형성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안보에 대한 대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단기적 과제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화하는 개념의 프로세스 지향적인(process-oriented) 정책입니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모든 이해당사국들이 참여와 협력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편안한 속도로 추진될 것입니다. 협력의 수준도 참여국들 간 신뢰구축 정도를 보아가며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추진하는 유연성을 발휘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모든 참여국들이 공동의 설계자(co-architect)로서 함께 만들어가며, 각자의 관심 영역을 스스로 주도하는 개방적이고도 유연한 접근방식을 취할 것입니다.

□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관련 제기된 질문들에 대한 답변

저는 오늘 그동안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관한 국내외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간략히 제 소견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이 토론을 시작하려 합니다.

첫째 질문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한국 주도의 특정 기구 설립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동 구상이 역내 협력의 관행과 신뢰 축적을 통해 다자협력 프로세스를 추구한다는 것 이외의 어떠한 전략적 계산도 깔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둘째 질문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북한이나 북핵 문제를 주타겟으로 하는 정책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물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견인하면서 상호 추동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북아 지역에서 협력과 신뢰가 증진되면 한반도 비핵화프로세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 구상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하거나 북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을 대체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셋째는 동 구상이 북한을 배제한 채 ‘6 minus 1’ 구도 하에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우리는 북한을 배제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구상 초기부터 역내 어떤 국가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누차 밝혀왔으며, 오히려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만들고 북측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것입니다. 북한이 참여한다면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국가역량을 구축하는데 있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할 여지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 북한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북한이 스스로 선택하는 시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넷째,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가져다 줄 ‘부가가치’(added value)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미 역내에 한중일 협력과 같은 소지역 협력 메카니즘이 존재하고 있고 지역협력을 위해 여타 국제기구들을 활용할 기회도 열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협력 메카니즘은 대부분 지역 평화라는 보다 넓은 안보적 시각에서 운영되기 보다는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협력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기존의 협력 메카니즘을 지역 평화와 안보라는 보다 큰 틀의 협력 구상 속에서 상호 연계시키고, 필요할 경우 특정 연성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대화 프로세스를 만들어 지역협력 메카니즘에 안보 차원(security dimension)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연성 안보 이슈 분야에서의 협력이 전통적 안보 이슈를 다루는 다자간 안보협력 메카니즘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연성 안보 이슈 분야에서의 협력 사업이 전통적 안보 이슈에 대한 관심과 연계 하에 추진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협력 사업으로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연성 안보 이슈를 다루면서 지역 평화와 안보라는 정치 안보적 시각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연성 안보 이슈와 전통적 안보 이슈 간 분절화된 접근을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일/중일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이냐는 것입니다. 현 상황이 그런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중일 3국 협력은 그동안 정치적 부침에 상관없이 광범한 분야에서 급속히 증진되어 왔고 그러한 협력의 모멘텀은 필요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치적 관계가 악화된 지금이야말로 신뢰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일 것입니다. 유럽이 대립과 불신으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던 시기에 CSCE/OSCE가 유럽의 평화구축에 기여하였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관련 한국 정부의 노력과 성과

그간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고, 작지만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여러 나라와의 정상외교와 고위급 대화 계기에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설명하는 한편 역내 주요국에서 오늘과 같은 아웃리치 활동을 적극 전개한 결과,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뿐 아니라 EU, ASEAN,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 국가들로부터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원자력 안전, 에너지 안보, 환경, 기후변화, 재난구조, 마약과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의제별 구체 협력사업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는 TRM이라고 하는 한중일 3국간 원자력 안전에 관한 기존 협의체에 역내 다른 국가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TRM + 라는 새로운 협의체를 결성하였고, 에너지 분야에서 동북아 오일 허브 및 가스 가격 저감을 주제로 전문가 심포지엄도 개최하였습니다. 환경 분야에서는 미세먼지와 같은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 라운드테이블도 개최하였습니다. 이처럼 꼭 필요한 분야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협력의 관행을 쌓아 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제고하고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협의하기 위한 국제 행사들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미 이달 초 유럽의 유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의 세미나를 성황리에 개최하여 유럽의 다자안보 협력 경험에 대한 심층 토의를 가졌고, 오는 9월에는 EU와의 공동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유럽의 경험을 동북아에서 펼쳐나갈 수 있는 학술적 기반을 다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0월에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관련 최대 행사인 ‘동북아평화협력포럼’을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포럼에는 동북아 역내국 정부의 고위인사와 think-tank 등 민간분야에서 권위있는 인사들이 초청될 것입니다. 이 포럼을 통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치적 모멘텀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적극적 동참 권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추진과 관련하여 그 동안 한․중 양국은 긴밀하게 협력해 왔습니다. 작년 양국 정상회담 계기에 채택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중국측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원칙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하였고, 올해 시진핑 주석 방한 시에도 이러한 지지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해 가는데 있어 지역 평화와 안보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역내 질서의 안정 뿐 아니라 평화협력의 촉진자로서 중국의 위상을 제고할 것입니다. 아울러 원자력 안전, 에너지 안보, 미세먼지 등과 같은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보다 내실화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맺음 말씀

참석자 여러분,

맹자 말씀에 “옛날(요순시대)에 국경을 지키는 일은 국가 간의 관계가 포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오늘날(춘추전국시대)에는 국가 간의 관계를 포악하게 만들기 위해 국경을 지킨다(古之爲關也 將以禦暴, 今之爲關也 將以爲暴)”는 말씀이 있습니다.

맹자의 이 말씀은 춘추전국시대에 여행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국가 간의 불신과 긴장이 증폭되고 있음을 비판한 것입니다. 요순시대 국경사무소의 역할은 선량한 국민들의 안전한 여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전란과 혼돈의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에는 그러한 교류를 차단함으로써 국제정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비교하여 비판한 것입니다. 역내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 맹자의 이 교훈은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중 양국이 역내에 결여된 신뢰를 창출하고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수천 년 간 다양한 문물과 사상을 교류해 온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수교 이래 경이로울 정도로 가까워진 양국 관계, 그리고 양국 정상 이 쌓아온 우의와 신뢰야말로 그러한 역량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설명회가 그러한 역량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양국의 공동 노력에 추동력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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