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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2차관

제2차관, 2013 세종국제학술회의(동북아 평화협력구상) 기조연설(9.5, 프레스센터)

부서명
작성자
작성일
2013-09-05
조회수
2106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님,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님,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원장님,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님,
존 앤디콧 우송대학교 총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먼저 2013 세종국제학술회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종연구소는 지난 30여 년간 우리 외교, 통일 정책에 대한 든든한 조언자로서 중장기 국가전략과 정책대안을 마련하는데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오늘 세종연구소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주제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제게 소견을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9월 5일은 동북아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날입니다. 러-일 전쟁을 종결짓는 포츠머스 강화조약이 체결된 날이 바로 108년 전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강화조약 제1조는 다름 아닌 일본의 한반도 보호권을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이후 을사늑약, 한일 강제병합에 이어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역사는 동북아의 평화가 얼마나 위태롭고 취약한 것인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정책적 토대 : 신뢰외교

10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동북아 지역은 여전히 협력보다는 갈등과 대립의 구도 속에 묶여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그 정책적 토대인 신뢰외교는 바로 이러한 불신과 대립의 구도를 미래를 향한 신뢰와 협력의 구도로 바꾸어 놓겠다는 정책입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4강이 각축하는 냉엄한 동북아 현실 속에서 ‘신뢰’라는 추상적 개념에 기초한 외교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도 물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불신이 팽배한 국제정치가 어떤 파국으로 치달았는지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투키디데스는 국가 간 갈등의 근원을 불신과 공포에서 찾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그 예로 지적하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원인 역시 신뢰부족에 있었습니다. 비록 베르사유 조약은 제231조에서 독일의 전쟁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수많은 전후 사가들은 영-독 간의 해군 군비 경쟁, 비스마르크 체제 붕괴 이후 러시아의 불안감, 영토문제를 둘러 싼 프랑스-독일간의 민족감정 등 이웃 나라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구조가 1차 대전의 주요 원인이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가 간 신뢰가 결여됨으로써 사소한 충돌이 있을 때마다 불신이 불신을 낳고 그러한 불신이 더욱 증폭되는 소위 'snow ball effect'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 동북아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지난 100년 간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이데올로기의 전쟁이라는 냉전의 세월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국가들은 여전히 서로를 편안한 상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내 경제발전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지만, 정치, 안보면의 협력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과거사 문제에 관한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역사퇴행적인 언행으로 역내 국가 간 불신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영토갈등으로 인해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라 불리는 이 현상은 역내 협력의 발목을 붙잡을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지역 안보위협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과 같은 역내 세력구도의 변화 속에서 지역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국가 간의 신뢰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는 바로 동북아 지역에서의 신뢰위기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였으며, 신뢰구축 만이 지속가능한 평화와 협력을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에 기초한 것입니다.

물론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국가 간 진정한 신뢰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길고도 험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신뢰외교는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출발한 정책이기에 성급한 가시적 성과주의를 배척하고 집권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간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주변정세에 흔들림 없이 일관된 자세로 신뢰외교를 추진해 왔기 때문입니다. 방미, 방중 정상외교의 성공과 최근 개성공단의 정상화 및 국제화에 대한 남북한 간 합의 역시 원칙과 일관성에 입각한 신뢰외교의 성과라고 믿습니다.

❒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개념과 목표 및 추진 방식

내외 귀빈 여러분,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뢰외교의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신뢰위기에 직면한 동북아의 딜레마를 풀어나가기 위해 협력과 대화의 습관과 관행을 축적하여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 바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입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협력에서 시작하여 서로 믿을 수 있는 관행을 축적하고, 이러한 분위기와 문화를 확산시켜 불신과 대립의 구도를 완화하려는 것입니다. 신뢰는 협력을 위한 자산이고, 공공의 인프라이며,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 내는 불가분의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동북아에서 이러한 시도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지나친 이상주의적 접근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은 냉전종식 이후 중국의 개혁, 개방으로 다른 그 어떤 지역보다도 상호의존의 증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곳입니다. 이는 그만큼 이 지역에 비정치적, 비전통적 안보분야에서의 협력 수요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화산폭발과 지진 발생 등 자연재해로 인한 공동 재난 구호, 어민들의 해난사고 공동 수색, 원자력 안전을 위한 공동 대책, 조류독감 등 전염병 확산방지, 기후변화 공동대응, 국제금융위기 대처, 물류, 세관, 조세협력 등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슈와 분야들은 이미 도처에 산재해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기에 이상주의적 접근과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특히 연성 이슈들은 정치적 비용은 크지 않은 대신 실제 협력의 효과가 커서 역내 국가들의 참여를 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럽 다자안보체제의 진행 과정을 보더라도 경제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점차적으로 이슈를 확대하여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군비축소에 대한 논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는 정치적 긴장과 군사적 갈등을 해소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코자 한 역내 국가들의 공동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에서도 연성이슈를 위주로 다자적인 대화와 협력의 습관이 형성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안보에 대한 대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가 했던 것처럼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함으로써 갈등과 불신의 근원이었던 역사문제의 벽을 허물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견인하면서 상호 추동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동북아에서 신뢰가 회복되고 지역평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게 된다면 역내 국가들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서독 문제가 유럽의 평화와 직결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중동평화문제와 직결되듯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문제는 따로 떼어놓고 다루기 어려운 이슈입니다.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유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 한반도 비핵화프로세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북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또한 단기적 과제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화하는 개념의 프로세스 지향적인(process-oriented) 정책입니다.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모든 이해당사국들이 참여와 협력의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편안한 속도로 추진될 것입니다. 협력의 수준도 참여국들 간 신뢰구축 정도를 보아가며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추진하는 유연성을 발휘해 나갈 것입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기본적으로 열린 자세로 임할 것입니다. 핵심 이해당사국인 미, 일, 중, 러 4개국 이외에도 문호가 개방될 것이며, 참여국들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역외 국가들의 옵서버 참여도 검토해 나가고자 합니다. 북한의 참여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며, 북한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도 문을 열어 놓을 생각입니다.

추진 방식에 있어서는 기존의 양자 및 소규모 다자 메커니즘을 활용하면서 점진적, 개방적으로 그 외연을 넓혀나가는 방식을 택할 것입니다.

미, 일, 중, 러와의 양자 협의를 통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한․중․일, 한․미․일, 한․미․중, 남․북․러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미니 다자 협의체를 융통성있게 활용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시적 성과 도출이 가능한 의제를 발굴하고, 이러한 논의의 외연을 더욱 확대시켜 협력의 폭과 참여의 범위를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동북아 3국간에는 2011년에 설립된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적 협력의 틀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기존의 3국간 협력의 틀을 최대한 활용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간 3국간 논의 과정에서 한국은 종종 중-일간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해왔고, 중, 일 양국도 한국의 그러한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실현함에 있어서도 역내국가들을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유도하는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

정부는 그간 한미, 한중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 등 다수의 고위급 대화를 통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핵심 이해관계국들의 이해를 높이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왔습니다.

저 역시 외교차관으로서 그동안 여러 나라의 카운터파트를 만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해 유럽지역의 다자안보 체제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OSCE의 사무총장을 두 번 만나 그들의 성공경험이 동북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초에는 비엔나에서 개최된 IAEA 국제핵안보회의에서 미, 일, 중, 러 4개국 대표들을 조찬 간담회에 초청하여 동북아지역에서의 원자력 안전(nuclear safety) 협력방안에 관한 이들 국가의 반응을 타진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참가국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이에 따른 후속대화도 현재 진행중에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는 OSCE 뿐만 아니라 NATO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세미나 공동개최라든가 concept paper 작성 등의 방식을 통해 구체적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하반기에는 G20 정상회의와 UN 총회, ASEAN+3/EAS 회의뿐만 아니라, 세계에너지총회, 사이버스페이스총회, 서울안보대화, 동북아 환경협력계획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국제회의들을 활용하여 관련국들과 협력 가능한 이슈와 분야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외교부 내에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전담기구로 설치, 운용중인 T/F를 본격 가동하여, 관련국들과 다양한 협의채널을 통해 의제 발굴 및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 맺음말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적인 평화연구자 요한 갈퉁(Joahn Galtung)은 1967년 저서 「평화론」(Theories of Peace: A Synthetic Approach to Peace Thinking)에서 평화를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그는 단지 전쟁 또는 폭력만 없을 뿐인 소극적 평화보다는 협력을 통해 구조적 폭력의 원인인 불평등 문제를 치유해 나가는 적극적 평화를 주장하였습니다.

요한 갈퉁이 폭력의 원인을 국가 간 ‘불평등’에서 찾았다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갈등과 대립의 원인을 국가 간 ‘불신’에서 찾고 있다는데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대화와 협력의 습관을 통해 이 지역의 구조적 갈등 원인인 신뢰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배태하였다고 이해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학계, 시민사회의 이해와 성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학술회의 결과가 앞으로 정부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지적 자양분의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권철현 이사장님과 송대성 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회의가 알찬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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