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존경하는 함재봉 원장님,
그리고 원자력 정책·기술 분야의 전문가 여러분,

먼저, 핵정책기술센터가 출범하는 뜻 깊은 날, 축사를 하도록 초대해주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간과 미래를 위한 핵정책연구의 선도적 허브”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핵정책기술센터가 출범하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원자력은 잘 활용하면 아주 유용한 에너지 자원이지만, 안전 및 안보 조치를 소홀히 하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원자력이 악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즉 핵무기로 사용된다면 전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초래합니다.

그간 우리는 비확산 정책은 외교부, 국방부가 담당하는 외교/군사영역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교과부, 원자력안전위, 민간기업 등에서 주로 다루는 전문 기술 영역으로 이원화하여 생각해오던 측면이 있습니다. 서로 소통하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두 분야를 포괄적으로 보는 접근은 취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 비확산/군축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핵정책기술센터의 출범은 시의 적절하다고 하겠습니다.

참석자 여러분,

우리나라는 금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주최했습니다. 서울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지구촌 경제 뿐만 아니라 평화와 안보 분야에 있어서도 글로벌 거버넌스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중 하나인 핵안보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을 토대로 핵안보,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관련 국내 법령, 제도, 시스템, 문화 등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정부는 우리의 핵 비확산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우리의 역할을 확대시키는 외교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전문가 그룹의 역량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특히, 민ㆍ관ㆍ산ㆍ학ㆍ언론간 협력 네트워킹의 구축이 중요한데, 저는 오늘 출범하는 핵정책기술센터가 이에 관한 주요한 역할을 감당하리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노력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핵안보정상회의의 후속조치로서 이번달 26일 외교통상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성공 기념 특별세미나”를 외교통상부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많은 참석을 기대합니다.

참석자 여러분,

우리나라는 핵 위협 속에 있으면서도
확고하고 일관된 핵 비확산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또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범 국가입니다.

한반도만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곳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비확산 규범을 모범적으로 준수하면서 세계 5위 규모의 원전을 운영하는 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의무를 위반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임은 물론, 국제 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도전으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 출범하는 핵정책기술센터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의 해법을 위해서도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원자력 정책·기술 분야의 전문가 여러분,

저 또한 학자 출신으로 연구기관의 중요한 역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기관은 고유한 연구 업무 이외에도 정부와 민간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 뱅크의 역할도 합니다.

학계와 전문가들의 논문은 공무원들이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장기적 비전을 얻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문적 지식을 쌓는데도 유용합니다.

에베레스트 산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이유는
히말라야 산맥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산 자체의 높이는 다른 산보다 특출할 게 없는데, 히말라야 산맥 위에서 시작하는 "head start"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외교력도 여기에 비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가 열심히 하는 것,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국민과 함께 키운 국력, 우리 학자들이 쌓은 학문의 성과가 우리 외교력에 힘을 실어 줍니다.

정부차원에서도 민간의 연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핵정책기술센터 발족을 축하드립니다.
핵정책기술센터가 우리나라의 비확산 정책 및 원자력 기술 분야의 중추 연구기관으로 자리 매김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끝/